매거진 N의 생각

25-12. 브런치에 베여 털썩

2025. 03. 16.(일)

by 글쓰는도련

알림이 왔다. 올 게 없을 텐데, 이상하다. 광고인가, 광고겠지? 매일 조회수 0인 글에 갑자기 라이킷이나 구독 알림이 왔을 리 없지. 아무렴. 과감히 눌러버려어어어어었는데, 앗! 응? 음. 흐으으으음... 글쓰는도련 님이(가) 브런치 님으로부터 치명타를 입고 장렬히 사망했습니다. 흐.흐.흐.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그렇다. 브런치에 글을 게시하지 않은 지(못한 지?) 2주가 지난 시점, 이런 알림을 주시는군요. 매우 찔리다 못해 베여 사망. 털썩. 맞는 말이라 전혀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 함정. 글쓰기가 운동과 같다면 나는 이미 심각한 근손실에 빠진 자로소이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고 굳게 다짐하며 브런치에 두 달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올렸다. 지금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글을 올리기 위해 책을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을 뿐이다. 글 쓰는 게 무섭다.

사실 글 쓰는 게 무서워진 것은 몇 년 정도 됐다. 정확히는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공식적(?)인 글을 쓰는 게 무섭다. 일상에서는 지금도 아주 자연스럽게 다짐이든 계획이든 감상이든 망상이든 수시로 엄청나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 혼자 볼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것은 숨쉬기에 가까운 행동이랄까.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은 형식이 무엇이든 점점 무서워졌다.


며칠 전 갑자기 참여하게 된 북토크에서 작가님께 글 드~~~럽게 쓰기 싫다거나, 글쓰기가 무서웠던 경험이 있으신지, 있으셨다면 다시 글을 쓰기 위한 작가님만의 팁이 있으신지 여쭤보았다. 작가님 또한 그럴 때가 자주 있으며, 독자의 반응이나 글의 완성도가 신경 쓰인다고 말씀해 주셔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게 된다, 30분 정도 딴짓을 한다는 말씀에도 매우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결국은 그 두려움을 끌어안고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나의 취미인 피아노 연주도 글쓰기와 비슷하다. 무대에 서기 전부터 연주를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너무나도 긴장이 된다. 작년 여름에 무대에 섰을 때는 얼마나 긴장을 많이 했는지 심장은 튀어나올 듯이 쿵쾅거리고, 배는 하루 종일 빨래 쥐어짜듯 아파서 꼬불탕 새우 자세로 대기했다가 연주하고 내려와서도 계속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는 그 긴장과 고통을 뛰어넘어 가슴 벅찬 기쁨과 감동을 내게 선사하기에, 나는 피아노 연주를 그만둘 수 없다.


글쓰기는 나의 호흡이다. 뱉지 않은 채 담아 두기만 하면 병이 나서 도무지 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다만 누군가에게 좋은 글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아마도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일 테다. 하지만 그 공포와 고통을 뛰어넘는 보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글쓰기가 무서워 잠시 주춤거릴지언정 내가 그것을 완전히 놓는 날은 죽음 전엔 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머뭇거리고 있던 내게 동기부여를 해준 브런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알림을 믿고 다시 시도해보려 한다. 쓰는 근육 키우기! 불끈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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