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로 처음을 시작할까 고민을 했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더라.
아빠는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왜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했을까?
말로 해도 되는데, 글로 쓰려고 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빠가 생각할 때 글은 몇 가지 힘을 가지고 있더라.
첫째, 정돈하는 힘이야.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끝이잖아. 때로는 자신의 마음이 그냥 툭 튀어나오기도 해.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잖아.
하지만 글은 머릿속으로 한 번 정리할 있어.
물론 글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그냥 내뱉는 말과는 다르더라.
둘째, 기억하는 힘이야.
그런 일 있지 않아?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일.
아빠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지.
너희들과 하고 싶었던 일, 가고 싶었던 곳이 생각났었는데 뒤돌아 서면 까먹는 일이 많았어.
이럴 때 글로 적어두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리 신나게 노는 거지.
셋째, 생각하는 힘이야.
우리는 너무 빠른 세상을 살고 있어.
특히 아빠가 느끼기엔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부터 더 심해진 것 같아.
쇼츠, 릴스, 틱톡 등 짧은 영상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위로 넘기잖아.
어느 순간 우리 머리는 30초 이상 생각 못 하게 된 것 같아.
물론 아빠도 그랬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지금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생각하지 않으니 집중력이 떨어졌어.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더라.
너희가 봤던 것처럼 아빠가 갑자기 책을 읽기 시작했어.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조금씩 변하더라고,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집중력이 올라갔어.
너희도 이런 경험을 너희도 해봤으면 좋겠어.
첫날부터 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이탈리아 철학자이며 시인인 '단테'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더라.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오늘 하루도 학교에서, 방과 후에서, 오고 가는 길에서 행복하게 지내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