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찬 뭐야?'
매일 저녁 너희가 엄마와 아빠에게 묻는 말이야.
반찬이 맛이 없으면 먹지 않으려고 물어보는 걸까?
아니면 오늘도 고기가 나오는지 바라는 마음일까?
맞아.
아빠도 늘 그래.
생각만 해도 즐겁잖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고기를 하나 얹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넣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지.
하지만 말이야.
언제나 그렇게 좋을 수만은 없단다.
항상 우리가 원하는 데로 할 수는 없지.
때론 맛있는 반찬이 없더라도, 즐거운 저녁시간을 만들어보자.
아빠는 맛있는 반찬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우리 다섯 식구가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거야.
식구는 한자로 食口라고 쓰고 있어,
밥 '식', 입 '구'
한 집에서 살며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거든.
지금은 너희가 미성년자라 집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언젠가 각자 생활을 위해 집을 나서게 될 거야.
(물론 중고생이지만 독립해서 생활하는 언니, 오빠들도 있어.)
엄마, 아빠가 결혼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것처럼 말이야.
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날 수도 있어.
그래도 한 가지 꼭 기억하면 좋겠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하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모여서 밥을 먹는 거야.
그때가 되면 분명 바쁠 거야.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게 될 거야.
그 시절엔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더라.
왜냐하면 아빠도 그랬거든.
가족과 함께 있는 것보다 밖에서 노는 것이 제일 좋았어.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아쉽더라고.
결국 우리 옆에 남는 것은 가족이더라.
아빠가 21살 때 2002년 월드컵이 열렸어.
전국이 난리도 아니었어. 우리나라가 4강까지 갔으니 말 다했지 뭐.
식당에선 음식이 공짜였고, 길거리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어.
그때 아빠도 온종일 밖에서 놀고, 소리 지르며 놀았어.
집에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 혼자 월드컵을 보고 계시더라고.
아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그리고 아직도 미안해.
'할아버지와 치킨 먹으면서 같이 볼 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할아버지는 다 이해하셨을 거야.
아빠의 아빠였으니까.
너희가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더라도,
가끔은 엄마, 아빠에게 물어봐주면 좋겠어.
"오늘 반찬 뭐야?"
언제나 함께 먹고, 마시고,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우리 가족이 되길 바랄게.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희를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