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그랬단다.

by 글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느라 힘들지?

늦게까지 자고 싶은데 하고 싶은데로 못해서 화가 나지?


가끔 아침에 막내를 깨울 때 아빠는 힘이 든단다.

분명 어젯밤 짜증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왜 오늘 아침엔 또 이렇게 짜증을 내는 걸까?


정말 잠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학교에 가기 싫은 걸까?

학교에 가기 싫다면 그 이유는 뭐란 말인가?


아빠는 늘 혼란에 빠지고 있어.

그리고 아빠에게 소리쳤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셋째라서 아빠가 무관심했건 걸까?

어느새 사춘기가 온 것 같은 너의 모습에 아빠는 잠시 멈칫했어.


근데 말이야.

너의 그 말이 아빠는 정말 고맙더라.

'내가 왜 이러는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알고 싶은 거잖아.


초등학교 4학년에게 아빠가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걸까?

하지만 중3언니와 초6 오빠가 있으니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언니, 오빠가 겪은 사춘기가 좀 일찍 온 것이겠지.


사춘기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야.

아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과정이야.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아빠 생각이지만 아빠는 조용히 사춘기를 보낸 것 같아.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게 중고등학교 시기를 보냈어.

근데 할머니는 아빠에게도 사춘기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표현되는 무엇인가 있었던 것 같아.


너희가 가끔 시무룩하고, 짜증 섞인 표정일 때 아빠는 생각해.

'아 이 아이들이 사춘기구나'라고 말이지.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어가 보자.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 누구도 너에게 그건 나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아.


너희 마음속엔 태풍이 몰아칠 거야.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할 거야.

갑자기 기뻐 날뛰기도 하지.


이런 모습을 우리는 보통 미쳤다고 이야기하거든.

너희가 미쳐버리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해.


엄마, 아빠랑 함께 봤던 '인사이드 아웃 2' 영화 기억나지?

1편에 없었던 '불안이', '소심이', '당황이', '부럽이'라는 캐릭터가 추가되었어.

너희가 자라면서 새로운 감정이 태어나는 거야.

지금 이 시기 너희 마음에 어떤 캐릭터가 나타나고 있니?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복잡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는 거야.

이 과정을 즐겨. 너무 어려워하지 마.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너희 감정을 키워나가면 돼.

앞으로 살아갈 너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야.


아빠는 그게 너무 늦어서 사춘기가 아닌 '사십춘기'가 와버렸어.

근데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빠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야.

이렇게 너희에게 글을 적는 것도 아빠의 감정을 다스리고 키워나가는 과정이야.


지금 너희가 누군인지 몰라도 돼.

왜 이러고 있는지 몰라도 돼.

너희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들과 이야기하면 돼.


그냥 이 시기를 즐겼으면 좋겠어.

너희 마음과 이야기하다 정말 힘이 들면 그때 엄마, 아빠를 찾아줘도 돼.


아빠도 어릴 때 할머니랑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

학교에서 집에 오면 할머니가 이것저것 계속 물어봤거든.

그땐 할머니가 싫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아빠의 사춘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 같더라.


아빠도 그랬으면 좋겠어.

함께 응원하면서 이야기 많이 하는 가족이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응원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