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순식간에 겨울로 변했네.
다들 외투 잘 입고 다녀왔지?
아빠는 오늘 동해시로 출장을 왔어.
기차를 탈까, 운전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운전을 해서 왔어.
기차 시간이 맞추기 어렵더라고.
언제나 그렇듯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왔어.
예전에 한 번 말했던 것 같아.
죽은 시간을 살려내는 방법이라고 말이야.
출장지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섭더라.
고속도로 안내판에 강풍 주의보라고 계속 쓰여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네.
무거운 아빠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추운 날씨를 마주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 다섯 식구 쉴 수 있는 집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감사한 일이야.
일상을 보내고 돌아올 수 있는 따듯한 곳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야.
집에 언덕에 있다.
집이 좁은 것 같다.
지하철 역하고 좀 멀다.
이런 불평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야.
사실 아빠는 어렸을 적에 이사를 많이 다녔어.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 여기저기 이사를 다녔지.
같은 동네에서도 옮겨 다녔어.
너희가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 때도 몇 번 이사를 다녔어.
짐을 정리하고 나르고 다시 풀어내는 그 과정이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큰 집으로 이사도 가고, 다시 작은집으로 와보기도 하며 고생을 했지.
그때에 비하면 지금 집이 조금 좁은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더라.
같이 밥을 먹고,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야.
우리 집 거실에서 저 멀리 보면 아파트들이 보이지.
사실 아빠도 그런 집에 가서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해.
좋은 집, 깨끗한 집 말이야. 가격도 비싼 그런 곳 있잖아.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고,
이웃들과 함께 사는 방식을 선택했어.
4 가족이 함께 빌라를 지어서 사는 선택을 했지.
지금 생각하면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우리 다섯 식구뿐만 아니라,
한 건물에 사는 4 가정, 17명이 한 식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먹을 것을 나누고, 힘든 일을 나눌 수 있잖아.
때론 너희가 저녁을 못 먹을 때 부탁할 수도 있고 말이야.
물론 조금 불편한 것이 있지만,
함께 사는 장점이 그런 것을 없애주는 것 같아.
이런 엄마, 아빠의 선택을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꼬마 어린이들이 어느덧 청소년이 되었어.
키도 부쩍 자랐고, 생각의 크기도 커졌더라.
어른이 되어 각자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게 될 거야.
엄마, 아빠랑 이곳에 함께 있을 수도 있겠지.
이 공간이 너희에게 감사한 기억이 가득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
어린 시절 아빠가 놀던 골목길처럼 말이야.
11명의 아이들이 모두 형제처럼 지낼 수 있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