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걸음이 알려준 생각.

by 글곰

아빠는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했어.

1년에 한 번씩 피, 소변 검사 등을 하는 거야.

너희도 학교에서 해 봤지?


오늘 결과지를 받았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

다만, 살을 좀 빼고 야식 먹는 습관을 고치라고 쓰여 있었어.

너희들과 오랜 시간 건강하게 지내려면 신경을 써야겠어.


건강 검진을 할 때 구강 검진도 같이 했어.

그때 의사분이 잇몸이 살짝 부어 있으니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하셨어.


마침 오늘 아빠가 회사를 가지 않는 날이라

오전에 다니던 치과로 향했어.

가는 김에 너희들 진료 일정도 예약하려고 했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로 들어서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고.

아!! 이런!!

오늘과 내일은 휴무일이라고 적혀있더라.

'미리 원장님께 연락해서 확인하고 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지.


이미 끝난 일 아쉬워해서 뭐 하겠어.

이왕 나온 김에 차를 돌려 헬스장으로 향했어.

덕분에 사람이 별로 없는 오전 시간에 여유 있게 운동을 할 수 있었어.


러닝머신을 달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무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구나'라고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오늘 쉴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

당연히 치과는 열려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너희들도 다 학교 가고, 엄마도 출근했으니까 그 생각이 너무 자연스러웠어.

아빠 회사만 쉬는 걸로 착각한 거야.


'세상을 이렇게 좁은 시각으로 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도 했어.

아빠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에 헛걸음을 한 거지.

'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했어.


사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오늘 같은 날은 누구든지 연휴를 즐기고 싶을 텐데 말이야.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거야.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것은 꼭 필요해.

그것이 없다면 이리저리 흔들리며 소중한 우리 시간을 낭비하게 될 거야.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아.

'나의 상황. 나의 의견, 나의 태도'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거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짧게라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내가 내리는 결정으로 손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는 사람은 없을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는 거 알지?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불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더라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부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에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그 사람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어.

근데 말이야.

무엇인가 하기 어려운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더 편한 세상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저상버스 같은 거야.

장애인 분들도 타기 쉬우면 비장애인도 타기가 쉬워.

턱이 낮기 때문이지.


함께 응원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우리 가족이 되자.

아들아, 딸들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