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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글방 Jan 02. 2024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삶

[내가 네가 될 수 있다면] 테오

어떤 우주에서 나는 G20 안에 드는 나라 중 유럽에 있는 나라에 상류층 집의 막내아들로 태어나고 싶다. 


같은 학교, 같은 과, 같은 반에서 같은 시기에 졸업을 함께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종종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원하는 시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주제로 종종 이야기한다. 가장 공통된 이야기는 다시는 예술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대학생 1학년으로 돌아가 한 번 더 학교에 다니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보통 이 말은 학교에서 등록금의 뽕을 뽑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과 좀 더 작업에 몰입해 고급인력인 교수의 피드백을 갈취하겠다는 말이다.) 그 와중에 항상 나는 다시 태어나 G20 안에 드는 나라 중 유럽 대륙의 나라에 상류층 집의 막내아들로 태어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18세기부터 250년 넘게 세계 금융의 큰 손으로 자리하고 있는 가문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내아들인 시어도어 로스차일드로 태어나고 싶다. 내 꿈인 시어도어 로스차일드는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가 나온 학교로 유명한 영국 남자 기숙 사립학교인 이튼 학교(Eton College)를 졸업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공부를 좋아해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텐데 영국은 너무 지겹다고,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국의 아이비리그 중 한 학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왜 경제학을 전공했느냐고 물어보면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서재에는 큰 숫자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숫자들을 읽고 싶었어요. 한 번은 할아버지께 어떻게 읽는 거에요?라고 여쭤봤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숫자를 읽기엔 네가 읽을 수 있는 숫자가 별로 없으니 숫자를 읽는 법을 먼저 배우고 오렴 라는 답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숫자를 읽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죠. 마침내 큰 숫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증권 뉴스를 읽었어요. 글의 반이 숫자였죠. 자연스럽게 이 숫자들이 어디서 오는 지 궁금증으로 경제학에 관심이 갔죠.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공부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면 그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문학책을 보면서 제가 키우는 고양이를 만지는 것을 좋아해요. 저의 집에서 ‘협조 Concordia’, ‘완전 Integritas’, ‘근면Industria’이 중요하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고양이는 저에게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알려준 존재에요. 고양이는 저와 제 여자친구와 함께 키우고 있는데요. 제가 바쁠 땐 여자친구가 저의 집을 와서 고양이를 케어해줘요. 그래서 협조와 협력을 배울 수 있었죠. 또한, 고양이를 키우려면 부지런히 그에게 관심을 둬 줘야 하죠. 또, 제 여자친구와 고양이를 보면서 대화할 때면 우리가 완전하다는 것을 느껴요. 강인한 것은 하나의 화살을 쉽게 부러뜨릴 수 있지만, 5개의 화살을 부러뜨리는 것은 부드러움이죠. 아, 이 말은 저의 집 대문에 쓰여 있는 말을 인용한 말이에요..” 라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그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겠죠? 왜냐면 우리 가족들은 제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자친구와 함께 영국으로 가려고 해요. 제가 졸업한 학교인 옥스퍼드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교수직보다 더하고 싶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옥스퍼드에서 경제를 좀 더 연구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여자 친구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기도 하고요. 여자 친구는 영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공부하고 하고 싶어 같은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있는 영국인이라 틀림없이 영국으로 돌아가 가정을 만들고 싶을 거에요.”


이처럼 독립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강요를 갖지 않고, 뭐 해먹고 살지라는 생계를 고민하지 않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네가 겪고 내 주변에서 겪는 이 이상한 현상에 무지함을 갖는 건 어떤 삶일까 내 섹슈얼리티를 고민하지 않고, 젠더가 여성과 남성 2가지로만 구별된다는 확신을 갖고 처음 보는 사람이 mann, mr로 불려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삶은 어떤 삶일까? 아마 지금보다 멋이 없고 무지하겠지만, 온실 속에 꽃으로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60대 남 교수에게 인류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저의 늙은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지만 생존한 저를 보고 싶다는 나의 말이 어떤 뜻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아니, 생존을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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