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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글방 Jan 10. 2024

지독한 디나이얼

[좋아하는 만큼 크게 외치기] 테오

그 때 깨달었야했다. 저 드라마를 보지 말라고. 아니 저 화면 속 뒤를 궁금해하지 말라고. 

내가 카메라를 잡기 시작한 거는 저 망할 핸드폰이었다고. 


“독일 가면 사진 안 찍을 거에요. 한국을 뜨면 사진은 보지도 찍지도 않을 거에요. 

사진과 절대 안 들어갈 거에요. 사진 같은 구닥다리 같은 건 하지도 않을 거에요. 카메라는 가져가지도 않을 거에요. 그 놈의 적정노출. 그 놈의 프린트 퀼리티.”


한숨을 쉬었다. 


독일은 더 할 거 아니에요. 전 역사가 깊은 학교는 가고 싶지 않아요. 뒤셀도르프? *베허부부 교수? 전 그 건물 사진만 보면 답답해요. 저 사진과 탈출한다고 입시미술도 했어요. 그 놈의 **존시스템! 디테일한 블랙 진짜 블랙이 떴다는 말 좀 그만 듣고 싶었어요. 뭐만 하면 디테일이 없대요.”


자신의 작업실을 찾아온 나를 갑자기 아트페어에 데려가 준 사진과 교수 차 안에서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 포트폴리오에 사진 작업 말고 다른 작업으로 채우고 싶어요. 매체를 확장하고 싶어요. 사진은 너무 한정적이라고 느껴요. ”


라는 말을 나는 정확히 1년 만에 철회했다. 내 포트폴리오는 사진 작업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 나 사진을 짝사랑 했나 봐.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척하는 거였어” 

“ 너 왜 당연한 이야기를 해?” 

“ 아니 들어봐. 나 졸업하면 사진 안 찍겠다고 다짐했는데 내 포트폴리오에 사진밖에 없어. 이거 짝사랑이 아니고 뭐냐..” 

“민경, 그걸 지금 알았어? 민경 사진 되게 좋아해.”


“아냐 안 좋아해. 아주 싫어.” (무시)

“아니 들어보라니까 내 포트폴리오에 사진 밖에 없어. 나 사진밖에 작업 못해. 나 어떡해”

“민경……. 싫어하는 거에 돈을 그렇게 써..?” 

“아니 나 사진 되게 싫다니까….. 재미없어…..”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보는 친구들을 붙잡고 내가 사진을 짝사랑하는 걸 토로했지만 황당한 표정으로 보는 친구의 표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아냐 이럴 순 없어. 


“나 이제 영상작업 하기 싫어 프리미어 프로 싫다고. 이미지가 좋아. 평면적인 게 좋아. 입체도 싫어. 그리고 영상 너무 설명적이야. 저번에 편집할 때 생각해봐 우리 거의 토하면서 했어. 나 그거 또 못해. 사진은 시간성도 담기긴 하니까 영상보다는 사진이고 사진보다는 이미지지 이미지 작업만 할 거야.”


매년 재밌는 일화가 생겼다고 그걸 영화로 만들자고 하는 친구한테 했던 말이다. 


“키키스미스는 천재에요. 근데 너무 절망스러운 거는 키키스미스의 회화작업보다 사진 작업이나 사진을 이용한 판화작업이 아주 좋았어요. 선생님 저 취향이 그쪽인가 봐요. 저 진짜 사진이랑 뗄 수 없는 건가요. 사진 싫어요. 근데 너무 좋아요..” 


키키스마스의 전시를 갔다 온 나의 말이다. 


“아니 컨셉 사진을 왜 이렇게 찍어????? 맨날 왜 호리존에서 찍어? 돈이 없어? 프로필을 저렇게 ***뻥조명으로 찍느냐고! 미국에서 왜 찍은 거야?? 미국이 전혀 담기지 않았는데 이럴 거면 돈이나 아끼지!!!” 


덕질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문 닫은 팝업스토어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고 친구랑 사진 욕만 했다. 


"제 정신이야? 어떻게 조명을 저렇게 잡아? 애들 얼굴 다 평면적이게 투 라이트로 잡는데 둘 다 ****렘브란트에 광량이 세게 잡아서 역삼각형을 두 개 생기게 하면 어떡해???"


“왜 사실적으로 그려요? 그냥 사진 찍어서 누끼 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사진이 싫다고, 학교가 싫다고 다시 입시를 할 때 입시 미술을 하면서 지독하게 했던 말이다. 이쯤 되면 외 사랑 인가 싶기도 하다.



*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의 ‘시대의 얼굴’의 영향을 받았다는 베허 부부(베른트과 힐라)는 ‘익명적 조각들 : 건설기술의 유형학’을 발표하면서 유형학적 사진의 창시자가 되었다. 산업건축물을 기계적으로 역동성(변화와 왜곡 등)을 최소화해 찍어 중립적인 외관을 보여주며, 획일성, 규칙성, 통일성, 정형성이 특징이다. 베허부부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작가는 안드레아 구루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토마스루프 등 그들을 ‘베허학파’로 불리며 독일 현대 사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 안셀아담스(Ansel Adams)와 프레드 아처(Fred Archer)에 의해 만들어진 존 시스템 (Zone System)은 흑백 필름 노출에 관련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인화상에서 명도에 대한 이론으로 거의 완전 흑색을 존0, 이 광량보다 1스탑이 밝으면 존1 존1보다 한 스탑이 밝으면 존2 등으로 완전 백색인 존 10까지로 분류하여 존 시스템의 체계를 잡았다. 블랙과 화이트에 가까울 수록 디테일이 떨어진다. 존 시스템에서 가운데 위치하는 (5단계) 반사율 18%의 중성 회색이라 하며 적정 노출은 이를 기준을 하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서 18% 중성 회색을 ‘그레이 카드’로 갖고 다니며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예대에서는 ‘그레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가 입시의 한 기준이다.


*** 뻥조명 : 순광. 인물 바로 앞에서 조명을 치는 조명. 얼굴 전체에 골고루 빛이 들어가서 그림자가 적은 대신 얼굴이 단조롭게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가 거칠게 표현되며, 얼굴(주 피사체를) 제외하고 주변이 어둡게 연출된다. 


**** 렘브란트 조명 (Rembrandt light) : 명암배분이 이상적이어서 사람의 얼굴을 가장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조명. 코 옆에 역삼각형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덕질때문에 영화를 보러 간 나의 영화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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