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자글방 Jan 16. 2024

와사비 아몬드

[좋아하는 만큼 크게 외치기] 호두

난 식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싫다기보단 귀찮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암튼 그렇다 보니 내 식도에는 무거운 요리보단 가벼운 간식이 더 자주 넘어간다. 그런 가벼운 간식 중 가장 나의 식도와 친숙한 관계인 와사비 아몬드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와사비 아몬드, 말 그대로 와사비 맛이 나는 아몬드다. 오독오독한 아몬드의 식감에 달콤 알싸한 와사비 향이 나는 꽤나 혁신적인 친구다. 위에 두 가지 특성을 좋아하는 나는 이 친구를 사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문득 이 매력적이고 비밀스러운 친구와의 첫 만남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마 중학교 2학 때 쯤 이었던 같은데, 거룩했던 첫 만남을 기억해보자


~~~


11 호두가 길을 걸으며 가로되 주여, 잉여 시간이 남아 할 일이 없사오되 내 어디에 머 부러울까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망자처럼 거리를 맴돌게 하니 이는 그가 지치고 추위에 떨 이니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편의점에 가라 이에 그가 길을 건너 씨유에 당도하더라


12 중년의 여인이 카운터에서 그를 맞으니 이는 사장이라 사장은 하준의 어머니요 하준은 병창의 벗이니라 또한 병창은 은숙의 자손이요 은숙은 은아의 누이이다 또한 호두는 은아의 자손이니라


13 호두가 주위를 둘러보매 주전부리와 음료가 올려져 있되 호두는 어느 것이든 선택할 수 없었더라 이에 그가 가장 익숙한 콜라를 집어 들더라 이는 서양의 음료요 길이로는 반 규빗이니라


14 호두가 콜라를 들고 사장을 만나러 가니 아쉬움에 주위를 둘러보매 이상한 주전부리를 발견하리니 이에 와사비 아몬드이니라 이는 아몬드에 왜의 소스가 발린 주전부리요 심히 이상해 그가 눈을 떼지 못하느니라


15 호두가 계산하고 나와 그가 가로되 와사비 아몬드가 어찌 이리 비싸느리이까 그의 지갑이 빈궁하여 초조해진 마음으로 아뢰었다


16 호두가 놀이터에 당도해 벤치에 앉아 콜라를 마시니 와사비 아몬드를 먹을 준비를 마치었더라 포장지를 뜯어 흰 아몬드를 처음 입에 넣으니 이는 주 여호와 하나님의 거룩한 은혜이니라


~~~

그때 놀이터 벤치에 앉아 처음 먹었던 3,000원짜리 와사비 아몬드, 익숙한 듯 처음 먹는 맛이었다. 오독오독한 아몬드의 식감에 달콤 알싸한 와사비 향이 나는 좀 특이하지만 내 취향에는 들어맞았다. 그때 나의 도전에 만족하며 흰 아몬드 하나를 입에 넣는다. 아멘

이전 22화 욧빠라떼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