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지긋지긋한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말도 안 되는 여건을 가진 일터였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슨 커피 로스팅 기계를 사야 하는지, 어떤 커피 머신이 괜찮은지, 어디에서 구매를 해야 하는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만두었을 때 자신감이 있었다.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 직장에서 잘 풀리지 않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자영업자의 마음에 있는 동기부여의 문장이 있다. '나는 다르지'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에 다니던 직장 상황이 안 좋아진 이유가 있었다. 높은 월세,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법, 성실함등이 원인이었다. 문제점을 알고 고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일하던 사장과는 나는 전혀 다르다고 믿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디서 장사를 시작할지를 정해야 한다. 내 사업은 커피를 볶아서 카페에 파는 것이다. 줄여서 말하면 원두 납품. 커피 로스팅을 해서 도매로 카페에 납품하는 것이다. 위치는 한적한 곳이어야 한다. 주변 사람이 너무 많이 살면 연기와 냄새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확률이 높다. 커피 향이 고소하고 향긋할 것 같지만 사람들마다 반응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향이 너무 좋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매쾌하다고도 표현한다.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이 살고 있지 않고 회사나 직장이 적으면 좋다. 월세도 비싸면 안 된다. 손님이 직접 방문하는 곳이 아니니까 굳이 비쌀 필요는 없다. 혼자 일하고 홀로 쉴 공간만 있으면 되니 너무 넓지 않아도 괜찮다. 정리하면 인적이 드물고 월세가 저렴하고 일할 공간이 너무 넓지 않아도 된다. 됐다. 이제 찾기만 하면 된다.
네이버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나온 매물을 한 시간마다 열었다. 종로구에서 찾았다가 성북구에서 찾았다가 강북구까지 넘어간다. 집에서 너무 멀지 않아야 하니까. 살고 있는 근처에서부터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괜찮은 장소를 발견하면 거리뷰를 통해 건물 외관과 주변을 확인한다. 건물 내부 사진만 봤을 때는 괜찮은데 막상 밖은 차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곳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택배가 편하게 올 수 있고 가능하면 주차도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외부, 내부가 모두 괜찮다면 실물을 직접 확인하면 된다.
부동산도 가긴 가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과 부동산 어플이 활발하지만 그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부동산에 있는 물건이 온라인에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니 직접 발로 뛰는 것도 필수다. 장사할 상권을 가정하고 그 근처에 있는 부동산을 가본다. A 부동산을 갔다가 B부동산을 가보고 C공인중개사까지 방문한다. 각 부동산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가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돌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붓고 종아리가 땅기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면 꿀잠 예약이다. 침대 위에서 내 몸이 녹아 매트리스와 한 몸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진 노력 끝에 발견한 한 곳. 주차도 한대 가능하고 사람도 드물고 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평수가 약간 작긴 했지만 저렴한 월세라서 수긍이 가능한 크기였다. 다행히도 권리금도 없었다. 권리금이 있는 곳은 웬만하면 피하려고 했다. 사업자금이 여유롭지 않아서였다. 보증금, 월세, 권리금. 모두 내 자금 상황가 맞아떨어졌다.
결정의 시간이다. 이곳을 계약을 할지, 다른 곳을 더 알아볼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한번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육군 병장 출신으로서 시작하기로 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단 못 먹어도 고! 그래 해보자 까짓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