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에 꼭 한번 가서 일해보고 싶은 회사가 있었다. 매일 노래를 부르듯이 말하고 다닌 덕분에 직장 선배들의 도움으로 이직할 수 있었고 그 회사에서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일하는 행운도 있었다. 회사가 상장을 하고 분사를 하고 격변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렇게 동경하던 회사의 민낯을 보았다. 회사에도 사람에도 지쳐있었고 다른 분야의 업무 경험을 쌓고 싶어 다시 이직을 선택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고 주니어 직급에 상사도 없이 해내기에는 벅찬 일들을 혼자서 묵묵히 해내며 견뎌냈다. 나의 이직 결심을 회사에 알리고 나서 더 상처가 커졌다. 나의 이직이 달갑지는 않을지라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들을 줄 알았는데 "왜"라는 질문과 함께 "쿨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었다.
회사 내부가 정리되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협력사 담당자들에게도 나의 퇴사 소식을 전했다.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 회사 사정을 알고 있어 퇴사와 이직을 축하하고 격려해주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그 회사를 왜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 말이 왠지 더 상처가 됐다.
그중에서 생채기 난 마음을 눈 녹듯이 녹여준 한 사람의 말이 있었다.
"정말 열심히 일하셨는데... 누가 그렇게 서운하게 했을까요"
담담하게 건넨 그 한마디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그저 나의 힘듦과 속상함을 공감해주는 사람 하나가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분은 지금 자기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전문가가 되어 TV에도 나오는 셀럽이 되었다. 그분의 글을 보고 영상 속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에게 해주셨던 따뜻한 그 한마디의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며칠 전에 회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동료가 갑작스러운 퇴사 소식을 전했다. 일도 열정적으로 하고 성품도 좋은 친구였다. 지금 회사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이직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퇴사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완전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언젠가 만나고 또 헤어지기 마련이고 서로가 원하는 때가 다를 뿐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더 힘주어 말해주었다. "그동안 너무 수고 많았다", "어디서든 잘하겠지만 앞으로 더 잘돼라"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