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지 않고 감싸주는 표현의 기준
살다보면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남 탓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만난다. 집 안의 대소사를 논의하다가 가족끼리, 신나서 간 여행지에서 친구사이에, 프로젝트 하나 성공시켜 보자고 모인 회사 TF팀에서, 일이 척척 잘 풀리고 좋을 때는 서로의 수고를 치하하고 덕담을 나누지만 일이 잘 안될 때는 겉으로든 속으로든 나 아닌 남에게서 먼저 그 이유를 찾게된다. 나의 부족함이나 누구의 탓도 아니었음을 깨닫는건 모든 일이 모두 마무리된 한참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울 때에 그 사람의 본성과 진가가 발휘된다고들 하는 것이다.
어릴적 사주풀이를 해주시던 할머니의 말대로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 나의 노력과 수고와 능력을 인정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늘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리지만 눈치빠른 '너 때문'이라고 늘 말했다.
사회 초년생시절 선배들은 늘 니가 잘해줘서, 잘해준 '너 때문에' 일이 되고 있다고 해주셔서 신나게 일했다.
회사 동료들과는 프로젝트에 큰 성과를 거두었을 때 '너 때문에' 잘되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서로를 칭찬한다.
때로는 '때문'이라는 말이남을 탓하는 의미가 아니라, '덕분'이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긍정의 의미를 지닌다.
'니 덕분에'라고 하는건 왠지 낯간지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단, 경험상으로 볼때 결과가 좋지 못할 때에는 때문이라는 말보다는 덕분이라는 말이 훨씬 필요했다.
"니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 "니 덕분에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다"
그 기준은 내가 남에게 듣고 싶은 말, 그대로를 남에게도 적용하면 된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하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