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일본 공항
공항버스는 꽤 이른 시간부터 다녔다. 새벽 4시부터 온다고 하니 이른 아침 비행기도 탈 수 있을 정도다. 오후 1시 20분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공항버스를 탄 건 캐리어를 들고 도저히 지하철 9호선을 갈아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 도착하라고 알려준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니 전철을 타려면 러시아워에 탑승해야 한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내려 공항철도로 환승할 생각을 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출근시간대 미어터지는 9호선 걱정이었다.
나 하나 전철에서 빠져주면 만인이 편안할 것이다. 왜냐. 난 캐리어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건 그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 환승구간을 오르내릴 일이 영 마뜩잖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전철로 가면 3~4천 원이지만 과감히 공항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행여나 늦을세라 출발 전 날까지 버스 시간표를 대여섯 번 확인했다. 공항버스 정류장은 평일 아침이라 한산했고 기다리는 사람은 나와 어떤 아주머니, 그리고 그 아주머니를 배웅 나온 또 다른 아주머니 총 셋 뿐이었다. 버스 기다리며 정류장 이름이 나오게 찍은 셀카 사진에는 간만의 여행에 잔뜩 쭈그러든 초췌한 얼굴이 그대로 찍혔다. 어쨌든 빈폴에서 산 버버리 자락을 휘날리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버스에 탑승하면서 오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여행 가이드는 나긋나긋하고 말이 느리고 붙임성 있었다. 비행기 티켓팅과 출국 심사는 설명을 듣고 각자 하는 건데 이 두 가지에 관해서는 가이드가 안내를 해줄 뿐 동행은 하지 않는다. 발권인쇄물을 받아 든 후에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설명을 듣긴 했는데 우연히도 가이드와 내가 거의 동시에 출국 심사를 마쳤는지 세관을 통과한 후에 공항 면세점이 즐비한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이드를 만났다. 가이드가 먼저 나를 알아보며 인사했는데 이때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고작 여행사 부스에서 잠깐 만나 얼굴 본 게 다인 거의 초면인 나에게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점심시간이니 푸드 코트에서 같이 먹으며 물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가이드는 일할 때 잘 먹지 않는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같이 먹으면 내가 사주려고 했는데 아쉽군. 그럼 좀 이따 일본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길지 않은 인천 오사카 비행시간이 지나고 간사이 공항에서 내렸다. 자기네 항공기를 이용해 줘서 고맙다는 승무원들의 인사를 오랜만에 받아본다. 고맙긴요. 패키지여행인걸요. 항공사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답니다, 여행사가 선택했지요.
운 좋게도 열 화상 감지와 입국 심사대에 사람이 몰리지 않아 숙숙 빠져나갔다. 간사이 공항 입국 심사가 무척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거의 기다리지 않고 통과해서 의외였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여러 나라에서 도착한 비행기가 몰리면 입국 심사에 길면 한 시간 반까지도 걸리고, 통상 한 시간, 코로나 직후에는 두 시간 까지도 걸렸다고 한다. 주말, 평일 관계없이 입국 심사 소요되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와야 한다는 꿀팁도 얻었다. 네, 다음에는 이런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와야죠. 자유여행으로 꼭 올 것이니까요.라고 생각했다.
간사이공항 입국 심사를 마치면 바로 공항 1층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공항 1층은 그다지 볼 게 없었다. 휘황찬란한 우리나라 인천공항 입국장에 비하면 지방 기차역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인천공항이 좋은 거였지. 매번 해외에 나갈 때마다 생각한다.
처음으로 가이드 중심으로 모객 된 여행객들이 모인건 공항 1층 우측 시계탑 아래였다. 빠르게 인원 체크를 마친 가이드는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이동시켰고, 수학여행단처럼 줄을 서서 차례로 버스에 올라섰다. 학창 시절 줄곧 모범생이었던 터라 앞자리에 잘 앉는 습관이 남아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