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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an 28. 2019

첫 번째 투어. #삭사이와만, #켄코

2018년 12월 16일 <Day2>


 대로변에서 여행사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는 마이크를 잡고 다음 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제 우리는 삭사이와만으로 갈 것입니다. 삭사이와만은 쿠스코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는 총 4곳의 잉카 유적을 볼 예정입니다. 사실 지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한 유적지는 방문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여러분들이 시간을 잘 엄수해주신다면 마지막 유적지까지 모두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 상태는 굉장히 깨끗했고 좌석도 편안했다. 대성당과 코리칸차에서는 투어 일행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자세히 보지 못 했었는데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들과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4명의 가족 여행객들과 2명의 커플 그리고 내가 이 투어의 참여자였다. 삭사이와만으로 가는 동안 가이드는 약 5분 동안 우리가 앞으로 방문하게 될 네 곳의 유적지(삭사이와만, 켄코, 탐보마차이, 푸카푸카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Sacsayhuamán(삭사이와만)에서. 3:45 PM

 시내에서 삭사이와만까지는 약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입구에 도착해서 Municipal de Cusco에서 구입한 티켓에 펀치 구멍을 받고도 함께 투어에 참여한 몇몇 사람들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했어야 했기에 입장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그동안 구름 낀 하늘 아래서도 푸른, 초록빛이 도는 산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꺼내 여러 번의 사진을 찍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렇게 장엄하게 쌓아올려진 거석(巨石)을  마주칠 수있다.

삭사이와만(Sacsayhuamán 또는 Saqsaywaman)은 해발 3555미터에 위치한 거대한 돌로 이뤄진 장엄한 건축물이다. 현재까지 어떠한 연구로도 이 장소가 만들어진 확실한 방법과 이 장소는 어떠한 기능을 했는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독수리여, 날개를 펼쳐라.'라는 뜻을 가진 이 장소는 쿠스코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는데 학설에 의하면 단순한 요새가 아닌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장소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Sacsayhuamán (삭사이와만)

1533년에 쿠스코에 도착한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도르래와 철을 사용한 경험이 없는 잉카인들이 단지 통나무를 굴려서 200톤이 넘는 거석(거석)들을 옮기고 그 위에 또 다른 거석을 올려 엄청난 무게의 기념석과 거대한 벽들로 만들어진 이 곳을 방문하고는 매우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하게 지어진 성채도 스페인군의 침입에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성채를 둘러보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지 20분뿐이었다. 해시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만 해도 20분은 족히 걸릴 텐데 투어 시간은 짧고 방문할 곳은 많다 보니 이렇게 짧은 시간만 주어진 게 아쉬웠다. 그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곳곳을 빠르게 둘러보리라고 다짐하고는 누구보다 빠르게, 아주 씩씩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마주한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래, 언제나처럼 그렇게 물어보는구나 싶어 ‘한국인이에요.’라는 대답을 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어쩔 줄 몰라하며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하자 아주머니는 KPOP이 페루에서 엄청 유명하다며 한국인만 봐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면서 나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게 아닌가. 

간혹 현지인들은 내가 길을 지나갈 때나 공항에 있을 때 내게 사진을 같이 찍자는 말을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네 눈 때문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눈을 찢는 제스처와 함께.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것이 나는 왜 그렇게 기분이 나쁜지… 그래서 절대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하진 않는다. 또 그 사진이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도 하니까. 그렇게 내게 제안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동물원에 있는 동물처럼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내 눈을 신기하게 보곤 그냥 사진을 찍고 싶은 것뿐일 테다. 

그런데 이 친구들과는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반가워해줬고, 그래서 나도 흔쾌히 사진을 같이 찍게 된 것 같다. 그녀와 함께 있던 3명의 다른 친구들도 내게 달려와 본인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자는 등 네 사람과 갑작스러운 한국인 팬미팅(?)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우리 같이 올라가자!"

그들의 제안에 나는 그러자고 했고 그들은 내 사방을 둘러싸고 함께 해시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 내내 나는 절대로 모르는 KPOP IDOL에 대한 질문을 내게 하는 등 그들이 좋아하는 KPOP 스타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들의 90%는 내가 모르는 것이었기에 아무리 대답을 해주려고 해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과 그 장소를 둘러보고 함께 내려가면서 (분명히 유명할 테지만 나는 잘 모르는) KPOP 스타의 이름을 계속해서 들었더니 급 피로가 몰려왔다. 얼른 투어 차에 올라 의자에 앉고 싶을 뿐이었다. 거의 버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내게 저녁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했다. '너무 고맙지만 내가 지금 환전한 돈이 충분치 않다'는 말을 했더니 선뜻 '우리가 사줄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미까지 뻗어온 한류 덕분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받는 등 덕을 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왜 잘해주는 거지?' 그런 생각이 퍼뜩 들어 조금 거리를 두려고 했건만 결국 저녁 8시에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들과 헤어진 후 급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와 ‘아이고, 아이고,’ 하며 버스에 올라 앞좌석에 이마를 대고 있었더니 옆에 앉아있던 커플이 괜찮냐며 내 걱정을 해주었다. 코카 차를 마시면 좀 나아질 텐데, 하면서. 오늘 왔다고 말을 했더니 놀라면서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코카잎이 함유된 사탕을 건넸다. 사실 지난번에 코카 사탕을 먹고 잇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이후로 다시는 코카 사탕을 먹지 않으리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었기 때문에 사탕을 먹지는 못 했다. 

라파스보다 해발고도가 200m 낮은 약 3400m의 쿠스코라도 고산은 고산이구나, 내가 힘이 든 걸 보면. 



 Q'inqu (켄코)에서. 4:40 PM


 해발 3580m의 높이에 위치해 있는 이 장소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미로'라는 뜻의 laberinto, 케추아어로 Q'inqu(켄코; Kenko 또는 Qenqo라고 쓰기도 함.)라는 이름으로 이 곳을 지칭했다고 한다. 이 장소는 쿠스코 시내에서 약 6km 떨어진 Valle Sagrado de los Incas라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미로 형태의 지하 저장고이자 태양의 신 Inti와 땅의 신 Pacha mama를 위한 종교의식을 행한 곳이라고 추측되며 잉카 시대에 존재했던 가장 중요한 신사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  


켄코는 바위 전체가 하나의 유적으로 되어 있는데 가장 위쪽에 올라가면 볼 수있는 것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파인 수로이다. 이 수로에 살아 있는 제물의 피를 흘려 점을 쳤다고 한다.


이 석조 유적지는 바위를 뚫고 깎아 만든 다양한 장소들이 있다. 특히나 좁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바위를 깎아 평평하게 만든 황제의 옥좌와 제대를 만날 수 있는데 제대 위에는 종교의식을 위한 제물로 바치기 위해 살생한 사람을 미라로 만들어 보관했다는 설이 내려온다. 



삭사이와만과 켄코의 위치



* Qenqo 사진 출처 : http://bitly.kr/N6rTthttp://bitly.kr/ONEq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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