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당신은 아침에 혹은 자기 전에 내게 메세지를 보내둔다.
나는 당신이 생활 하면서 내게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실은, 애초에 내가 먼저 연락을 했으니까,
당신의 삶에 내가 갑자기 툭, 뛰어들게되었으니까,
어쩌면 그것부터 부담이었으려나...
당신의 패턴을 이해하여 나 또한 저녁 늦은 시간에 답장을 보내둔다.
당신은 고맙게도 매번 답장을 보냈고
난 또 그런 당신 덕분에 활력을 찾아간다.
내가 답을 보내야 하는 타이밍.
4시간 전, 1시간 전에 그 메신저에 들어왔었던걸 보고
어쩌면 당신도 내 글을 기다리고 있을까,
난 또 그렇게 혼자 망상을 하곤해.
당신의 답장을 받고나면 안도감이 생기고
당신에게 답장을 보내고나면 자꾸만 기다리게 된다.
당신도 그럴까, 당신도 나와 같을까.
당신과 연락을 하기 시작한 그 즈음부터,
가끔 심장이 빨리 뛸때가 있는데,
...그래, 그건 최근들어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이라고 생각해두자.
최근엔 일본 영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러브레터가 너무 보고싶었어.
정말 오랜만에, 갑자기, 떠오른거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얼핏 기억나지만 스토리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더라구.
그래서 다시 찾아봤어.
근데, 시작이 편지더라고, 제목이 러브레터인데, 그랬겠지.
사실 오늘은 많이 힘들었다.
점점 부담이 되는 일들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이 들었다.
3년 전처럼 당신에게 투정하고 싶었다.
'오늘 언어학원에서 너무 힘들었다, 내 스페인어는 전혀 늘지 않는 것같다,'
'오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힘들었다,'
'... 오늘은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힘들었다...'
그렇게, 투정부리고싶은 오늘인데,
참, 어렵다, 지금은.
사실은 내가 만약에 그 때, 공항에 갔었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지, 자꾸만 그 날을 떠올리는 요즘이다.
잠시, 그 잠시 잠깐의 시간이라도 보기 위해서 2시간을 달려갔다면
그리고 당신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뭔가 달라져있었을까.
왜 하필 그 때, 나는 그렇게 먼 곳에 살고 있었을까.
산소조차 희박했던 곳에서,
점점 말라갔던 나를 걱정해주던 너였는데,
지금도 차가운 손은 그 땐 더 얼음장처럼 차가웠는데,
그런 손을 잡아줬던 너였는데.
그 때로 돌아가 그 당시의 내게 충고해준다면 당장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달려나가서
미니버스를 잡아타라고 소리를 질렀을거야.
방금 당신의 메세지를 다시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당신이 온라인 상태라는 것을 보고 깜짝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려버렸어.
예전에 겪었던 지진 이야기를 하다가
그 새벽에 일어났던 지진에 침대가 흔들려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다시 잠에 들어버렸던,
그렇게 조심성 없었던 내 이야기를 읽고 넌 무슨 말을 할까.
난 그렇게, 다시 당신의 글을 기다려.
'너 라파스에 계속 있었잖아?네가 있었던 그곳은 더 무서웠겠구나... 그나저나 한국은 날씨가 어때?
일본은 너무 추워. 오늘은 내가 있는 곳에 눈이왔어.
내일도 춥대..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너는 아마 처음으로 물음표를 던졌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진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글을 보고 신이난 나는
회사에서 화장실도 갈 시간이 없을 만큼
정신없이 바쁘게 오전 시간을 보내도 많이 힘들진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답장을 보냈다.
'한국도 많이 추워.
지난주엔 조금 따뜻했는데 어제는 정말 너무할 정도로 춥더라고. 나도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작년엔 벚꽃을 못봤거든.그러니까, 그 정취를 걸으면서 느끼지 못했어.
드라이브하면서 구경한게 다였어.'
메세지를 보내고 당신은 바로 확인한 듯 했다.
그 날 저녁 즈음, 당신에게서 답장이 왔다.
한국에도 벚꽃이 있는지 몰랐다는 글,
3년동안 벚꽃을 보지 못해서 올해는 꼭 보고싶다는 당신의 글을 읽고
나는,
당신이 올해 첫 벚꽃을 직접 보기 전에,
내가 먼저 그 꽃을 보여주고싶어서 작년에 찍어둔 단 2장의 벚꽃사진을 보냈다.
난 그렇게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 두 장의 사진에 담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