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Jul 25. 2021

바다 건너, 너에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영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지.


4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널 찾은 후, 그 2달의 시간동안 너와 매일 매일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았지.

생각해보면 우린 참 성실했어.


너의 SNS 아이디를 알게된 후부터는 이제 너와 매 주 메신저를 주고받으면서 안부를 묻고 있지.

물론 주로 너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건 나지만 말이야.

나는 내 이기심으로, 너의 외로움을 내가 채워주고싶어서

그리고 네가 좋아서 매주 내가 먼저 연락하고 널 괴롭혔었지.

귀찮았을텐데도 다 받아준 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리고 미안했던지...


그 날도 그렇게 내가 너에게 먼저 안부 인사를 했고 주말 내내 연락을 하다가 그래.. 이렇게, 가끔이라도 연락이 닿으면 좋은거라고 생각하자, 이제 매주 널 괴롭히는 일은 그만 해야겠다, 이제 진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날, 처음으로 네가 먼저 나에게 물었지.

"다음 주 주말엔 뭐해?"

"아직 계획은 없어, 왜?"

"같이 이야기하자, 너 괜찮으면."

처음이어서 놀랐지만 내심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목요일부터 휴일인데 할 게 없다는 너에게

그래, 내가 너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나눠 짊어질 수있는 사람이 될 수있다면,

내 토요일 저녁의 모든 시간 동안

너와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차를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눌거라고 생각했어, 언제나처럼.

왜냐고 묻는다면 너라서, 내가 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을거야.


"준, 한국 와!"

어젠 내가 이 말과 비슷한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게...

'준, 한강 가자!'

'준, 삼계탕 먹으러 가자!'

'알았어, 준, 잡채랑 삼겹살 사줄게.  다이어리에 적어둘게. 얼른 와!'

그럴 때마다 너는 호방하게 웃으며 그래그래, 나 초대해 줘. 곧 가. 내일 가면 비행기타고 2시간이면 가. 라고 말했지.

"가깝네, 한강 가자, 얼른 와!"

"그래,그래."

그리고 정적이 조금 흘렀어,

나는 장난꾸러기 어린 여자아이 마냥 너에게 말해봤지만, 지금은 그럴 수없다는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한국은 외국인이 2차접종 받았으면 해외에서 들어갈 때 격리 안해?"

"똑같아, 바뀌지 않았어..."

너는 2차 접종까지 다 끝낸 상태인데,

그 어느 곳도 여행을 할 수 없지,

그리고 한국은 이렇게나 가까운데...

너를 공항에서부터 데리고 네가 10년 전에 왔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의 이곳 저곳을 소개해 줄 사람이 여기 이렇게 있는데도 너는 오지를 못 하니...


"이 상황이 끝나면, 넌 어디 여행 가고싶어?"

너의 질문에,

나는 고민 않고 바로 말했어.

"일본에 갈거야. 말했잖아, 나 일본 모른다고."

'그리고 너를 만나러.'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어.

만약 술을 마셨더라면 이 마지막 말까지 입 밖으로 뱉어냈을지도 모르겠어.


"내년까지 기다려봐야지, 뭐. 올해는... 해외 여행은 불가능하겠다."

"그러게.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 끄덕 했어.

고개를 푹 숙였기에 너는 어떤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


_

가깝고도 먼 나라에 살고있는, 인정이 가득한 사람아.

네가 말한 것처럼, 내년엔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살아가고 있는데

모든것이 멈춰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그래도, 다시 만나는 그 때까지 계속 이렇게 연락하면서 살아가자.

이 이상한 인연이 언제쯤 끊어질지 모르겠지만

만약 너에게 연인이 생긴다면,

나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것 같아.

하지만,

축하해줄 수있도록 노력해볼게.


다정하고 섬세하고 호탕하고 예쁜 미소를 가지고 있는 너를

내가 많이 좋아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무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