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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34] 돈 벌면서 육아를 배우고 있습니다

7만 교육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워킹맘의 이야기

by 탄산수

아들은 남편에게 맡겨라?

요즘 나는 유튜브에서 초등 교육 관련 콘텐츠를 만든다. 분야별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학습 방법을 제시해주는 콘텐츠인데 3살 딸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아 초반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어떤 콘텐츠를 찍어도 결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로 귀결되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례로 최근 아들 키우는 법을 영상으로 만들고 계신 88만 유튜버 아들TV 최민준 소장이 출연했는데, 아들의 특성에 대해 설명 들으며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남편은 늘 웃기는 것에 욕심이 많은데 선생님 왈 남자는 본능적으로 웃기는 것을 좋아한단다. 또 '왜 내 말을 알아먹지 못할까?' 늘 답답했는데 선생님 왈 남자는 조금이라도 돌려 말하면 못 알아먹으니 명확하게 얘기해줘라 말씀하신다. (이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배려심 넘치게 돌려 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개그 욕심이 많고 항상 자리를 주도하려는 우리 남편을 보면서 관종인가 싶기까지 했는데 남자의 본능이라니 이해가 확 되었다.



교육 유튜브 채널 운영하며 깨달은 육아의 본질

또 다른 좋은 점은 5년~10년 앞선 아이들,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3살 난 딸을 육아해야 할지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몇가지만 공유해보자면 첫 번째, 아이는 절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크지 않는다는 것. 아이가 가진 기질을 발견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그 기질을 아이가 사랑하게 만들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자. 지나영 교수님 말씀이 아이는 쌀이고 우리는 뜸들여 밥을 지어주는 밥솥의 존재라 생각하라고 한다. 두 번째,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잡아주자. 모든 인터뷰이들에게서 빠지지 않는 핵심이 바로 독서였다. 책은 어릴 때는 부모와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되고 커나가면서 언어 습득은 물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나는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공부로 인식하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재밌게 놀 수 있는 놀이 도구로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 번째, 아이는 어떤 가르침보다도 부모의 모습을 가장 잘 흡수한다. 그러니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부모가 자기 삶을 우선시하며 잘 살아야 한다. 책 읽어라 백날 소리치는 것보다 부모가 책을 읽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예로 나는 요즘 앱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고가의 영어 전집을 알아보다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영어 교육은 부모가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자주 쓰는 것이라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가졌으면 하는 장점을 부모가 먼저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나는 왜 육아를 공부하려 하지 않았나

요즘은 4-7세로 연령대를 낮춰 육아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데 육아서와 전문가 영상을 많이 접하며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왜 나는 육아를 공부하려 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반성이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ex. 심해지는 땡깡, 양치 거부 등)만 유튜브에서 토막난 지식을 얻어 키워나가고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은 육아서를 읽어 혼란스러워져도 안 되지만 책을 통해 정보를 얻으며 발달 단계, 의사 소통 방법 정도는 필수로 알아두는 것이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이 확 들었다.


예를 들면 내 딸은 27개월인데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내 거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내 장난감을 나만 가지고 놀려고 하고, 과자를 줘도 내꺼라고 악착같이 지킨다. 그럴 때 이해가 없는 부모들은 어른의 시선에서 괜히 이기적인 아이로 커갈까봐 나눔을 강요한다. '그 행동은 잘못된 거야 친구랑 나눠서 놀아야지'하고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아이들이 자기 것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의 영역을 존중받게 되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올라가고 다른 아이도 존중해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 한다. 이 정보를 알고 있는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도 현명하게 그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아이에 대한 이해 없이 (이미 발달이 다 끝난) 부모의 시선에서 키우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가에 대해 반성하게 된 계기이다.


육아 공부는 책 한 권으로

실제로 이렇게 내가 읽고 도움을 받은 내용들을 주변 엄마들에게 전달하니 몰랐던 내용이었다며 고마워했다.

또 어떤 엄마는 어떤 책인지 공유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안일, 내 일에 아이를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는 사실을 알기에 '책 읽으세요' 라고 말하기 미안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아이 밥은 꼭 챙기는 것처럼 '육아 공부' 역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하면 불안이 해소된다. 육아를 하다보면 '우리 아이가 왜 저러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에너지를 뺏기는 경우가 많다. 알면 불안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괜찮은 책 한 권만 사서 읽자.


여기에 보태 한 가지만 더 덧붙이면 나는 유튜브 대신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 이유는 전문가가 유튜브에서 풀어놓는 지식은 책의 내용의 십분의 일 수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육아서를 읽는 행위 자체가 은은한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얼른 지식을 얻어야 돼라는 생각에 피곤함을 안고 빠르게 정보를 찾아나선다면 책을 읽을 때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문구들로 자연스럽게 전문가와 깊이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보고 싶은 유튜브 콘텐츠 대신, 읽고 싶은 책 대신 육아서를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권만 도전해보자. 알고나면 아이가 달리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이 일이 나의 생활에도, 나의 관심사에도 연결이 되어있어 기쁜 마음이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이 추천한 육아서 목록*

김보경, 0~5세 골든 브레인 육아법

데이비드 윌시, 스마트 브레인

로베르타 골린코프, 최고의 교육

이민주, 민주선생님’s 똑소리나는 육아: 우리 아이 훈육편

스티븐 크라센, 읽기혁명

파시 살베리, 아이들을 놀게 하라

로렌스 J. 코헨,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

신동원, 엄마가 될 너에게

배성기, 현서네 유튜브 영어 학습법

임서영, 청담동 엄마의 10년 육아법

이임숙, 4~7세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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