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는 글쓰기 from ENG to KOR 2024.10.8
나보다 어린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40이 되면 뭐가 달라져요? 어떻게 준비해야 돼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첫째, 나도 40대에 접어든 지 고작 3년밖에 안 된지라 딱히 아는 게 없어서.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 순간 어떤 긍정적인 얘기도 떠올릴 수가 없어서. 40을 앞둔 꿈나무에게 '40대는 진짜 죽을 맛이야'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뭐라도 좋은 점을 생각해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40대로 산다는 건 어떤 뜻일까? 늙었다는 거지, 오케이. 성숙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길 잃은 아이 같은 기분이 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나는 어른이라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정말 그런가?
노화는 하루아침에 들이닥치지 않는다. 40살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늙어 보이거나 노쇠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날마다 하루치의 노화가 착실히 진행되면서 어느 날 거울을 봐도 더는 예뻐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온다. 나이를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외모에만 국한된다면 오히려 견딜 만했을지도 모른다. 노화의 충격은 실로 엄청나 지금까지 구축한 세계 전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가 인정사정없이 붕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열두 해를 정성으로 가꿔 온 가족 섬, 친구 섬, 하키 섬이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 중년도 마찬가지다. 잘 살고 싶다면 이게 최선이고, 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던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폐허가 된 속에 망연히 주저앉아 깨닫는다. 더는 이걸로 안 되는구나.
젊은 시절에는 분노와 공포, 불안을 조합해 어떤 난관이라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소환하는 게 내 전략이었다. 하지만 40대의 육체는 더 이상 흑마법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제 나는 예전처럼 남을 증오하고 경멸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이를 갈고 주먹을 쥐면 당장 명치가 틀어막힌 듯이 소화불량이 시작된다. 게다가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그걸 감추느라 또 에너지를 쓰면서 과소비를 하는 바람에 급속도로 방전되고 만다. 남은 날들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을 찾아야 하는데, 이 빈자리를 뭘로 메꿔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들을 찾아가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을 청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인생에 중요한 것만 남겨야 돼."
그래서 단순한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한테 중요한 게 뭘까? 건강. 내 몸이 아프면 돈이고 사람이고 다 소용없고, 싹 내다 버리고 싶어진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10분씩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피티를 받고, 한 달에 한 번은 마사지를 받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자차 대신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낡은 몸뚱이를 유지 보수하는 노력 없이는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다. 40년 썼다고 누가 새 걸로 바꿔 줄 것도 아니니까 살살 달래가면서 쓰는 수밖에.
정신적으로는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가 지겨워서 남은 인생은 아는 것만 써먹고 살기로 굳게 다짐했지만, 실로 오랜만에 배우고 싶어졌다. 행복까지는 모르겠고, 덜 고통스럽게 살고 싶어서 마음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삼대장으로 욕심, 분노, 어리석음을 꼽는다. 가령 남편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나누려는 건 내 욕심이다. 그가 내 생각처럼 대화에 응해주지 않으면 화가 난다. 그럼 나는 그를 애정도 없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인간이라 비난하는 데 이것이 어리석음이다. 남편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이 별로 없지만, 내가 소비하는 걸 비난하지 않는다. 집 떠나고 싶은 생각이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 몰디브로 결혼 20주년 여행을 가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 은퇴 계획을 세우고 수시로 재점검하면서, 8년만 더 일한 다음 원하면 은퇴해도 좋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새벽 6시에 나가는 고된 회사 생활을 하는 처지에 재택하며 꿀을 빠는 나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사랑받고 있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남편을 미워하는 건 천치 같은 짓이었다.
어쩌면 40이란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인지도 모른다. 이제껏 집착했던 것들을 버리고, 가벼워진 채로 새로운 길을 걷는 거다. 그 길 끝에 자유가 있을지 행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뭐가 없으면 또 어떠랴. 가벼워진 몸으로 활개 치면서 새 길을 걷는 경험만 남는다고 해도 나쁘지 않다.
[Eng draft]
Being in 40s
A friend younger than me asked. "What's so different in 40? How should I prepare for it?" I was speechless for a while. First of all, I've been only 3 years in 40, so I don't know much about it yet. But more importantly, I was not able to come up with anything positive at the moment. I didn't want to tell her that being in 40 sucks, so tried to find anything good, but in vain.
Later, I asked the same question myself: what does it mean to be 40? Being old, for sure. Being mature, not so sure. I still feel like a lost girl, not knowing where to go and what to do, but it seems I am old enough to know the answers to life's important questions. Am I?
Aging doesn't feel over one night. Turning 40 doesn't make you look or feel old all of a sudden. The effect adds up day by day, however, and one day when you look in the mirror, you say this: I don't look pretty anymore. If being old is only about your appearance, it would have been much bearable. The impact of aging is so humungous that your world is in danger of being demolished. Like in the movie 'inside-out' where Railey at puberty goes through a total collapse of her world, the world that you have established, the practice and drills that you have built to protect and prosper are collapsing, and you feel left in the dark, with a realization that things that used to work stop working.
My tactics used to be anger, fear, and anxiety to summon power to tackle challenges, but my body in 40's can't hold it anymore. Now I know I can't hate or despise anyone as when I keep such negativity inside, I can't get things down, I feel so exhausted as I overspend energy in hating someone and hiding it at the same time. I should find some other tactics to keep living, but don't know what that is. So I started with a simple step: what really matters? Friends older than me gave me some advice. "Your health matters most of all." "Don't complicate things, leave only important things in your life."
I do a 10-minute workout every day, attend personal training once a week, and get a massage once a month. I start taking a C-train for my commute and using stairs rather than an elevator. Mentally, it feels like I need some changes in my life. I was sick and tired of studying so decided to only utilize what I've learned until now, but I am now ready to learn and study for the first time in a long time. I want to live a less painful life, let alone a happy one.
Buddism said there are three ingredients leading people to agony: greed, anger, and ignorance. For example, it is my greed to have a fulfilling conversation with my husband. That makes me so angry when he is not engaged in a conversation the way I want, blaming him for neither caring nor sharing, and it all happens due to my ignorance. There is no reason that other people should satisfy my greed, but I am angry when they don't, which is ignorance, a lack of wisdom.
Being in 40s might be the best time to open a 2nd chapter of your life, abandoning all the insignificant things you have been obsessed with. You can get a fresh start to achieve free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