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녀오는 일정이 살짝 무리였던 걸까요. 아니면 지나친 실내외 온도차에 놀란 몸이 그만 반기를 들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저는 여름 감기에 제대로 걸려버렸습니다.
처음엔 목이 칼칼하다 싶었는데 이내 갈라지듯 아팠고, 기침까지 잦아지더니 밤에는 몸살기와 발열까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예민해진 기관지가 유난히 반응을 보이는 듯했어요.
결국 어제 아침엔 이비인후과 문 열자마자 오픈런까지 했지 뭐예요. 주사 한 대, 약 한 보따리. 몸에 약기운이 퍼질 때까지 '나 정말 너무 아프다'라는 말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이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저의 엄마 본능. 가족들 챙기겠다고 딱복이며 자몽, 양파, 오이 같은 것들을 양손 가득 사서 주차장까지 걸어오는데.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다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아무리 몸이 아파도 누군가가 대신 제 점심을 차려줄 리는 만무하고. 어제는 괜히 혼자 서러운 마음만 더해지던 하루. '역시 아프면 나만 손해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인어공주처럼, 이번 인후통으로 저도 목소리를 잃어버렸는데요. 문득 어릴 적 읽은 동화 '인어공주'가 떠올랐습니다. 사랑을 위해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 이야기.
저도 이번 감기로 목소리를 잃고 나니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군요.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잃고, 대신 무엇을 얻었니?'하고 말이죠.
그 답은, 아마 '쉼'과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임'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루 종일 누워 있으면서야 비로소 나의 몸이 얼마나 피곤했는지, 잃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되었달까요.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거짓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괜찮지 않음'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이번 여름 감기를 통해 배웠네요. 건강은 늘 당연하지 않다는 진리. 아직 목은 아프고 말도 잘 못 하지만, 마음만큼은 더 단단해진 듯도 하고. 건강이 최고라는 말. 아플 때마다 더 절절하게 와닿는듯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라며.
아무쪼록 여름 감기, 꼭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