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 아홉 번째.
아시아 지역에 갈 일이 있었던 날.
지하철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무심코 뒤를 돌아본 풍경에 그만 우뚝 서고 말았다.
눈 앞에 마주한 붉게 물든 하늘 그리고 눈부신 노을.
마치 눈을 떴을 때 짠하고 마주하는 선물처럼 황금빛의 노을이 마술 같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저 멀리 보이는 유럽 대륙으로 해가 넘어가는 풍경이 내가 유럽 대륙에 살면서 그곳에서 이제껏 보아왔던 석양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유럽 대륙으로 태양을 넘겨주고 먼저 어둠을 맞이하는 아시아의 저녁노을은 더 붉고, 더 아름다웠다. 금빛으로 물든 하늘과 그 석양을 등지고 퇴근길 집으로 바삐 향하는 사람들. 매일 지는 해인 데도 이렇게 매일이 새롭고 또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선채로 하염없이 감탄할 뿐이었다.
그리고 약간 몸을 돌리니 그곳엔 두 개의 하늘이 있었다.
눈 앞의 하늘은 마치 두 개의 다른 세상을 합쳐 놓은 것만 같아서, 세상에 낮과 밤 사이의 정확한 경계선이 있다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인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길을 걷는 그 누구도 이 멋진 광경을 보며 감탄하지 않다니, 이 곳 아시아 지역에서는 매일 저녁 이런 풍경이 펼쳐지기라도 하는 걸까?
해가 뜨고 지는 현상조차 너무나 아름다운 이스탄불. 이곳에 살면서 나는 내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진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고, 그 울림을 기록함으로써 붙잡아두고 싶어 진다. 모든 순간의 분초 단위까지 마음에 꼭꼭 간직하고 싶은 이 곳, 나의 이스탄불.
2015년 4월 1일 19시 5분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