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김없이 투어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무심코 바라본 아시아 지역의 모습에 깜짝 놀라 헉하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 바다 건너편의 집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야!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로질러 이 먼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크게 말이야. 분명 누군가는 이미 소방서에 전화를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집이 불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 어쩔 줄을 몰랐고 발만 동동 거리고 있었어.
그런데 말야, 팔자에도 없던 강 건너 불구경, 아니 바다 건너 불구경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거야. 불이 난 게 한 군데가 아니더라? 해안선을 따라 빼곡히 언덕까지 채워진 집들 사이사이로 불타는 집들은 전혀 서로 가깝지 않은 거리였는데 마치 복사를 한 것 마냥 같은 모습으로 불타고 있었어. 인상을 잔뜩 찌푸려가며 한참을 응시하고 나서야 집들이 불타고 있는 게 아니라 유럽으로 넘어가는 석양빛이 유리창에 반사되고 있단 걸 알아차렸어. 외벽이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커다란 통유리창을 가진 집들이 석양을 반사하고 있었던 거야.
아 세상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었는지 온 몸의 맥이 턱 하고 풀렸어. 참말로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렸지. 그리고 혼자 실소가 터지고 말았어. 아니 내가 뭐라고 이 넓은 이스탄불에서 남의 집까지 걱정해주고 있는 건지, 본인은 정작 외국인에 집은커녕 방 한 칸이 전부인데 말이야. 이럴 때 보면 조만간 아주 이스탄불 시장까지 해버릴 기세다. 그렇지?ㅎㅎ
그날 이후로 난 퇴근길마다 아시아 대륙의 불타는 집들을 바라보면서 서있고는 해.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이 강한 석양들을 마주 바라보는 일은 너무 황홀해서, 하루 종일 걸어서 지친 다리가 아픈 것도 잊어버리게 되거든. 마치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야. 석양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네게 글을 쓰는 지금도 아시아 대륙이 불타고 있어. 날씨가 맑은 요즘은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도 또 이렇게 넋을 놓고 서있네.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맛있는 것, 새롭고 좋은 그 어떤 것들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게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네가 생각난다. 이번에도 편지 받으면 꼭 연락해줘! 너를 위한 사진이 또 기다리고 있거든. 항상 건강 조심하고, 조만간 또 편지 쓸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