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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Oct 31. 2020

사이다에 떠내려 간 감정

 사실 난 내가 쓴 글을 지인들이 보는 것이 부끄럽다.

평소에 진지한 성격도 아닐뿐더러 내 글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써진 글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여나 지인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오글거린다."라는 평가를 내릴까 두려워 쉽사리 글을 지인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물론 오글거린다는 말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 중 하나지만 요즘 시대에 "오글거린다."라는 말의 범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애정표현이나, 칭찬, 약간의 감수성이 들어간 글만 읽어도 사람들은 오글거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흔히 '사이다'라고 표현하는 직설적인 말들을 선호하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정표현의 방식을 잃어가는 줄 도 모르고 사이다를 사회에 대량으로 흩뿌리며 살고 있다.


 학창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친구와 짝꿍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수시로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두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 그 노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친구들은 노트를 살펴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나쁜 뜻으로 놀린 것이 아니라 단순 장난이었지만 친구들은  "오글거린다."라고 말하며 노트에 적혀 있는 글들을 따라 읽으며 장난쳤다. 결국 내 짝꿍은 노트에 글을 적다가도 다른 친구들이 오면 노트를 숨겼고, 결국 나중에는 더 이상 학교에 노트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때 처음 느꼈다. 내가 봤을 때 노트 속에 적힌 글들은 특별히 감수성이 무한대로 넘쳐나는 글들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집에 가서 별을 본 이야기, 학교에서 작은 나비를 본 이야기 등 소소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특별한 하루들이 메모되어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오글거린다 말을 통해 따뜻한 감정들이 조롱당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오글거린다는 말속에 따쓰한 감정을 숨겨왔던 것 일까?


 심지어 사람들은 무례한 것과 직설적인 표현을 구분하지    '사이다 발언'이라고 통칭하는 잘못된 언어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무례말에 상처를 받더라도 사이다 발언이라 웃어넘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다 발언을 받아들이지 못한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쉽사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정말 내가 하는 말들은 사이다 발언이 맞는 것일까 ?


 한 가지 색과 온도로 물들어 있는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기에 여러 가지 색과 온도를 가진 감정들이 존재하며 필요하다.


더 이상 사회에 흩뿌려진 많은 사이다의 물결 속에 따뜻한 감정들이 떠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당신의 빛나는 눈동자에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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