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내가 쓴 글을 지인들이 보는 것이 부끄럽다.
평소에 진지한 성격도 아닐뿐더러 내 글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써진 글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여나 지인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오글거린다."라는 평가를 내릴까 두려워 쉽사리 글을 지인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물론 오글거린다는 말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 중 하나지만 요즘 시대에 "오글거린다."라는 말의 범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애정표현이나, 칭찬, 약간의 감수성이 들어간 글만 읽어도 사람들은 오글거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흔히 '사이다'라고 표현하는 직설적인 말들을 선호하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정표현의 방식을 잃어가는 줄 도 모르고 사이다를 사회에 대량으로 흩뿌리며 살고 있다.
학창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친구와 짝꿍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수시로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두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 그 노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친구들은 노트를 살펴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나쁜 뜻으로 놀린 것이 아니라 단순 장난이었지만 친구들은 "오글거린다."라고 말하며 노트에 적혀 있는 글들을 따라 읽으며 장난쳤다. 결국 내 짝꿍은 노트에 글을 적다가도 다른 친구들이 오면 노트를 숨겼고, 결국 나중에는 더 이상 학교에 노트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때 처음 느꼈다. 내가 봤을 때 노트 속에 적힌 글들은 특별히 감수성이 무한대로 넘쳐나는 글들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집에 가서 별을 본 이야기, 학교에서 작은 나비를 본 이야기 등 소소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특별한 하루들이 메모되어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오글거린다 말을 통해 따뜻한 감정들이 조롱당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오글거린다는 말속에 따쓰한 감정을 숨겨왔던 것 일까?
심지어 사람들은 무례한 것과 직설적인 표현을 구분하지 못 한 채 '사이다 발언'이라고 통칭하는 잘못된 언어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무례한 말에 상처를 받더라도 사이다 발언이라 웃어넘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다 발언을 받아들이지 못한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쉽사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정말 내가 하는 말들은 사이다 발언이 맞는 것일까 ?
한 가지 색과 온도로 물들어 있는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기에 여러 가지 색과 온도를 가진 감정들이 존재하며 필요하다.
더 이상 사회에 흩뿌려진 많은 사이다의 물결 속에 따뜻한 감정들이 떠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당신의 빛나는 눈동자에 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