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살아가는 삶의 속도에 관한 질투를 해도 될까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질투라는 감정을 연애할 때 이외에 크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졸업과 동시에 공통된 소속감을 가지며 지내던 친구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 각자 어울리는 무리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나는 사랑에서 느끼는 질투가 아닌, 남들이 인생을 사는 속도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대부분 대학생활과 여행을 다니며 청춘을 즐기던 친구들의 소식은 하나 둘 다양한 분야에서 어떠한 결과를 이룬 소식들로 변해갔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재빨리 취직을 하는 친구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한 친구들, 대학교에서 활발히 대외활동을 하는 친구들, 자영업을 시작한 친구들 등 빠르고 다양하게 올라오는 친구들의 소식은 한창 막연하게 작가의 꿈을 생각하는 나에게 질투의 감정을 거세게 일으켰다.
예전에 책에서 작가란 많은 경험과 생각의 확장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기에 아직 많은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깊은 글을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공무원이나 취직처럼 자격증과 같이 어떤 스펙을 쌓는 것도,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 그저 열심히 글 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작가의 길은 더욱더 막막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글을 써 공모전에 제출 하지만 마땅한 결과는 없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남과 나를 비교했을 때 나는 한 없이 작고, 미련한 꿈을 꾸는 것 같아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학창 시절 별로 공부도 잘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별로 생각 없이 행동하던 친구가 갑자기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1차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은 글로 적기에도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그 친구의 소식을 듣자마자 솔직히 든 생각은 '아, 내가 걔보다 뭐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걔가 나보다 나은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성인이 되어서 그 친구가 한 노력을 생각하기보다는 학창 시절에 그 친구가 보였던 행동을 먼저 떠올렸기에 저런 생각이 든 것 같다. 그 소식을 들은 하루 종일 질투심에 그 친구의 sns를 살펴보고, 부러워하며 계속 친구의 공무원 1차 합격 소식을 되새김질하듯 떠올렸다.
그러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나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돌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무대 영상을 보았다. 정말 어린 나이에 힘들게 연습해서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의 모습은 정말이지 화려하고 멋있었다. 이상하게도 부러웠지만 질투가 나진 않았다. 단지 그들의 노력을 대단해하며 나도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순간, 아까 낮에 들은 친구의 공무원 합격 소식과 또래 아이돌의 화려한 활동 소식의 다른 점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또래 아이돌들의 성공에는 질투가 나지 않지?
그 결과 내가 질투를 다른 방식으로 내게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의 노력과 능력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이돌들의 노력은 인정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차이는 내게 엄청나게 다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저 남의 노력을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았을 때는 질투심에 남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만 하락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남의 노력을 인정하자 질투심이 나더라도 나의일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원동력을 얻은 것이었다.
이를 깨달은 후 나는 쩨쩨하게 누르지 않던 친구의 합격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 없이 끄적이던 공모전 글을 싹 다 새로 써서 전보다 맘에 드는 글을 완성한 후 공모전에 응모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오래간만에 즐겁게 글쓰기의 재미를 찾았다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예전의 친구의 책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구절이 하나 있다.
'남과 비교하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나의 꿈을 옹졸한 꿈으로 전락시키지 말아라.'
모든 삶은 방향과 모양이 다 다른 개인의 것이다.
때문에 질투를 남과의 비교에서 나온 감정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원동력과 열정'이라는 긍정적인 영향만 줄 수 있도록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계속 남을 질투하고, 인정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나의 주변인들에게는 정말이지 죄송하지만, 질투 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