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지나간 일에 대해 잠시 슬퍼하거나, 신경은 쓰여도 깊게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8년이 지나도록 내게 남아있는 후회가 있다면 할머니에 대한 후회이다.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어렸을 때 부터 거의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할머니와의 추억보다는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아질 때쯤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 본 장례식이자,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실감이 안 나던 찰나에 유품을 정리하다가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기장에는 할머니가 뒤늦게 학교를 다니면서 생기는 일들이 소소하게 적혀있었는데,
그 일기를 보면서 할머니가 가지고 싶어 하셨던 것들을 사드리지 못했던 거에 대해서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닌 크고 난 후에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가장 큰 후회가 되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받아쓰기 공부 같이 해드리기, 전화통화 자주 하기, 할머니 댁 놀러 가기 등 할머니와 보낼 수 있는 사소한 시간과 요소를 놓쳤다는 것이 가장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 처음 후회라는 것은 크게 한번 실수했을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깊고 오래 남는 후회는 무언가에 대한 사소한 것들을 자주 지나쳐서 생긴 후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거나, 나에게 문제가 생겨 후회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사소한 무언가를 놓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 대부분 정말 사소한 것들로 틀어지거나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의 후회를 줄이고 싶다면 무언가에 대해서 큰 목표를 가지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모아서 굴리며 큰 목표를 만들어가고, 주변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후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감정이자, 결과이기에
우린 후회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잘 모아 이리저리 잘 굴려야 할 것이다.
어쩌면 후회는 사소함을 놓쳤을 때 생기는 벌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