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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Jan 30. 2021

지나치면 커지는 후회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지나간 일에 대해 잠시 슬퍼하거나, 신경은 쓰여도 깊게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8년이 지나도록 내게 남아있는 후회가 있다면 할머니에 대한 후회이다.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어렸을 때 부터 거의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할머니와의 추억보다는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아질 때쯤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 본 장례식이자,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실감이 안 나던 찰나에 유품을 정리하다가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기장에는 할머니가 뒤늦게 학교를 다니면서 생기는 일들이 소소하게 적혀있었는데,

그 일기를 보면서 할머니가 가지고 싶어 하셨던 것들을 사드리지 못했던 거에 대해서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닌 크고 난 후에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가장 큰 후회가 되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받아쓰기 공부 같이 해드리기, 전화통화 자주 하기, 할머니 댁 놀러 가기 등 할머니와 보낼 수 있는 사소한 시간과 요소를 놓쳤다는 것이 가장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 처음 후회라는 것은 크게 한번 실수했을 때 발생하기도 하지만 깊고 오래 남는 후회는 무언가에 대한 사소한 것들을 자주 지나쳐서 생긴 후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거나, 나에게 문제가 생겨 후회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사소한 무언가를 놓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 대부분 정말 사소한 것들로 틀어지거나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의 후회를 줄이고 싶다면 무언가에 대해서 큰 목표를 가지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모아서 굴리며 큰 목표를 만들어가고, 주변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후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감정이자, 결과이기에

우린 후회라는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잘 모아 이리저리 잘 굴려야 할 것이다.


어쩌면 후회는 사소함을 놓쳤을 때 생기는 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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