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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Jan 05. 2021

슬플 땐 즐거운 마음으로

슬픔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마세요

"슬픔은 즐겨야 끝이 난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내가 슬픈 마음이 들 때 드는 첫 번째 생각이다. 

내게 슬프거나 우울한 마음이 들 때 고민상담을 하는 지인들을 떠올려보면 다 똑같이 

"어떻게 하면 안 슬프고, 슬픈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인들에게 "슬픔을 즐겨라."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이는 절대로 터무니없거나 성의 없는 조언이 아니다.


  20살이 되자마자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의 연애가 끝나고 깊은 우울감과 슬픔에 잠겼던 적이 있었다. 첫 연애이자 첫 이별이었기에 슬픔을 없애는 방법을 몰라 하루 종일 슬픔 생각 속에 잠겨 살았다. 

 하루 종일 그 사람이 떠오르는 건 물론이고, 추억 회상을 하며 사귈 때 찍었던 사진을 돌려보고, 그 사람의 sns를 몰래 들어가 보는 등 정말 미련 있어 보이는 행동은 다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풋풋한 추억 중 하나이기에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 사람을 떠올리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큰 슬픔으로 다가와 슬프다는 걸 부정하거나 그 사람을 잊으려 할수록 슬픔은 더욱더 커졌다. 

 

 슬픔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상에서의 주체적인 행동들이 서서히 사라져 갈 때쯤. 문득 "내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후 나는 처음으로 내가 느끼는 슬픔을 인정했던 것 같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래, 슬퍼할 수 있을 때 슬퍼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다짐을 한 후 정말 마음껏 슬퍼했다. 각날 때 생각하고, 슬픈 노래도 많이 듣고, 울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슬픔을 분출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고 나니 정말 마음속 슬픔이 차근차근 줄어들었고, 점차 일상 속의 '나'를 되찾아갔다.


 이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희로애락'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상 깊게 보게 되었다. 슬픔 다음에는 즐거움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대학교 수시 다 떨어졌을 때도, 친구와의 이별이나 삶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슬픈 감정을 인정하며 정말 원 없이 슬퍼했다. 

 비록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지만, 울고 나니 후련하고 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슬픔을 돌파할 방법을 찾거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뭐든 인정을 받아야 좋은 것을 내어준다고, 

감정도 사람에게 인정을 받아야 다른 좋은걸 가져다주는 것 같다.

슬픔을 인정하는 일은 깊은 감정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인정하고 느껴야 자신에게도 단단한 위로를 건넬 수가 있다.


사람들은 기쁠 때 " 언제 또 이렇게 즐겁겠어, 즐겨!" 하며 말하곤 한다.

슬픔도 마찬가지다, "언제 또 이렇게 슬프겠는가, 마음껏 슬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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