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겪었던 소소한 일화 중 하나인데, 나에게 놀이공원 알바는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하루 9~12시간 정도 강도 높은 일을 하는 곳이었기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곳이었다. 일 년을 넘게 한 장소에서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다 보니 일이 익숙해짐과 동시에 지겨워졌고, 새로운 자극이 없는 삶이 계속되다 보니 삶에 대한 권태로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힘들다.'라는 감정이 전부였던 어느 날, 나는 놀이공원에 자주 오던 한 손님을 통해 잊고 있던 감정 하나를 되찾게 되었다.
놀이공원에 자주 오는 손님 중에는 내 또래의 복지 손님이 있었는데 항상 올 때마다 모든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이 누군지 물어보는 등 처음에는 직원들을 당황시켰지만 나중에는 유쾌한 행동으로 대부분의 직원들과 친근하게 지내던 손님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신없이 일을 하던 도 중 그 손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어김없이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나 알지? 나 어디탈까? 네가 정해줘."
나는 가장 앞에 있는 자리를 골라주었지만 그는 내가 골라준 자리가 아닌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일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넘겼는데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자리에 앉은 것이 미안했는지 가방 속에 있는 과자 한 박스를 보여주며 "먹을래?" 하고 물었다. 마침 배가 고팠던 차라 하나만 달라고 하려던 찰나,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같이 일하는 친구와 꼭 같이 나누어먹으라고 말하며 빈츠 한 박스를 전부 다 꺼내주었다. 얼떨결에 과자 한 박스를 건네받긴 했지만 언뜻 본 그의 표정에서는 뜯지도 않은 과자 한 박스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기에 나는 운행이 끝나고 친구와 먹을 만큼의 과자만 뺀 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나랑 나눠 먹는 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사실 처음에는 그가 건넨 너무나도 순수한 고마움이 당혹스러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깊은 따듯함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본래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고 돌려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내가 준 것 처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그의 말에 의문이 들면서도 괜스레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던 것 같다. 동시에 과자를 받은 후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고, 표현할 생각도 못했던 나의 행동이 떠올라 참 부끄러웠다. 이후 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일을 하게 되었고, 매번 똑같다고 느꼈던 일상이 사실은 매일 다름을 알게 되었다.
늘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고자 하지만
사실 "고마움"이라는 것은 대게 큰 것을 받았을 때 표현하기 쉽고, 사소한 것엔 잊기 쉬운 감정이다.
특히나 익숙하고 편안한 관계일수록 상대가 해주는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을 잊게 되는데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엄청난 고마움을 표현할 만큼 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고마움을 표현할 사소한 일과 도움이 많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때마다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고마움의 표현을 함으로써 상대방과의 따듯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번 반복되는 듯한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표현하기 쉬운 감정일수록, 잊어버리기 쉽다.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많아질수록 나의 하루는 매번 새로워지고
상대방과 내가 만들어 갈 관계의 온도는 계속해서 따듯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