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것은 삶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며,
한 사람이 가는 삶의 방향이나 주변 상황을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감정에 너무 예민하거나 둔하게 반응하기 쉽고, 감정은 밖을 향해 표출되기도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기에 이를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잠시 연락을 끊은 적이 있었다.
원래 정이 많고, 말로 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에 정말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이유는 딱 한 가지, 나에게 들어오는 친구의 감정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친구사이에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주고, 들어주는 것은 당연히 해줄 수 있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다. 정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정도'라는 것은 상대방과 나라는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라고 한다.
그 친구와 지내면서 즐거웠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친구는 항상 나의 감정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있었기에 즐거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도 친구가 우울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내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그 친구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달래주고, 들어주었다. 항상 대화를 끝내고 나면 친구의 기분은 좋아졌지만, 나의 기분은 그와 반대가 되었다. 친구와의 대화를 끝내고 기분이 상한 나를 마주할 때마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과 함께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 미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직장에 다니며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시간 맞춰 퇴근길에 걸려 온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도 여김 없이 친구는 오늘 있었던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힘이 드는데 친구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니 지친 감정은 더욱더 증폭되었고, 이때 친구가 힘들었다고 말하는 하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게 너무 과한 감정이 들어오는구나."
나에게 들어오는 상대방의 감정에 나의 감정을 지키지 못하면 내 감정은 상대방의 것이 되어버린다.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느라 나의 감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고, 더 심해질 경우 내 감정보단 상대방의 감정을 우선시하게 된다.
상대방의 감정을 우선시하게 되면, 해야 할 말을 참는다는 명목 하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내 탓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이는 결국 나 자신의 일부를 잃으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나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과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정선이 필요하다. 아예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정을 극단적으로 끊고,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굴러들어 오는 감정에 나의 감정이 빠져나가지 않게,
나의 감정들이 박혀있을 자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적정선을 긋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