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정

나의 불안일지라는 매거진 제목이 머쓱하다

by 장덕우


브런치를 막 시작했을 때는 우울과 불안이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쓸려나가기를 반복하던 때였다. 글로 이야기를 풀어내면 마음이 덜 울렁거리지 않을까, 쓸려나가는 좋은 것들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 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게으르고, 귀찮았다. 그 당시의 나는 나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 와중에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뭐 그렇게 됐기도 했으니. 하하.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2022년 말에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2023년 시작과 동시에 하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PT를 질렀다. 과연 나의 멘탈과 게으름이 어디까지 버텨줄 지 궁금했으나 20회 중, 10회를 받을 때까지 꾀 한 번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걸 실감한다. 운동을 하면 나아진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괜찮아져 라던 조언에 눈물 짓던 때가 머쓱하고, 민망할 정도로 운동 찬양론자가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운동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자살 사고를 하지 않았을 만큼 좋아졌다.


사실 운동만이 변화를 이끈 건 아니었다. 오랜 원룸 살이를 청산하고 투룸으로 이사했다.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옮겨 대중 교통에 노출되는 시간을 많이 줄였고, 복잡한 곳에 노출되는 횟수도 확 줄여버렸다. 불안 요소를 하나, 하나씩 제거하고 넓고, 빛이 많이 드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면서 마음에 안정을 조금씩 되찾았다. 아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른 듯 하다.


운동을 하다보니 느낀 것인데, 모든 동작과 과정을 끝내면 목표 하나를 이룬 거나 마찬가지라 성취감이 엄청나다. 20개씩 4세트를 하면서 1세트를 마칠 때마다 목표를 이루는 것 같고, 4세트를 다 하면 그만큼의 성취감이 있다. 또 소모되는 칼로리를 체크하고 (정확하지 않지만), 운동 시간과 거리를 확인하면서 수치적인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에 만족감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어느새 안정이 깃들고 있다.


평생을 불안과 우울을 안고 살다 운동 한 달 만에 달라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는 중이라 매일이 설렌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오늘은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내일은 어떤 내가 눈을 뜰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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