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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May 04. 2016

좋은 사람과의 늦은저녁 한 끼

그것의 치유력에 대하여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그대여, 오늘도 내가 그대의 맘을 다치게 하지 않고, 그대로 인해 내 마음이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그대의 가슴속 빈 공간을 나의 말들로 채워주고, 나의 가슴속에 들어찬 답답함을 그대의 끄덕거림이 덜어갔음에 감사한다. 모서리가 너무 많은 세상, 어느 한 귀퉁이에 숨어든 우리는, 잠시나마 상처받을 걱정 없이 가드를 내리고 숨고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니편니편 편가르고 선을 그어 너와 나를 땅따먹듯 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그대만은 나에게 사람이었음에, 나만은 그대에게 '사람'이었음에 감사한다.


따끈한 요리를 밤새 내올 듯하던 가게는 셔터를 내리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몸을 뉘이며, 아침에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세상은 여전히 모서리와 선으로 가득하겠지만, 오늘밤 잠시나마 맨 얼굴로 웃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오늘도 무사히,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음에 감사한다.



-2016. 5. 4. 12:3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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