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법에 대해 생각함
생각하는 법을 까먹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혹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듯한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잡다한 고민과 감상, 대면한 일에 대한 피드백들로 내 머릿속은 항상 복작거리지만(이를테면 지금 이 순간은 '월요일아 오지마'), 그것만 가지고 "난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정작 양질의 생각, "진짜로 필요한 생각"을 하는 시간은 도무지 부족한 것 같다.
그것을 알고 있어, 종종 부끄럽다.
예를들면,
10년 후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그 모습을 꿈꿀 만한 현재를 살고 있는지.
정의란 무엇인지, 지면과 타임라인을 뒤덮는 세상의 부정의들을 명확히 이해하고 명확히 내 생각을 밝힐(혹은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있는지. 운동을 하거나, 양질의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여하튼 속깊은 데서부터 건강해질 만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일터에서 맡은 일을 '처리하거나' 일터에서 만난 사람을 '흉보는' 일 이상의 의미를 만들고 있는지.
중고등학교 시절, 혹은 대학시절 반짝이던 눈으로 예언하던 내 자신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는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 하고 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한 사람이 되어있진 않은지.
잠을 자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일 외에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을 알고 있는지.
행복과 쾌감을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점점 편하고 싶고 재미있고만 싶은 건 아닌지.
물리적인 세월의 흐름 앞에 언제까지고 아이인 척 할수 없으니 이제 슬슬 어른이 되(는 척이라도 해)야 할텐데,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이직, 결혼이나 출산, 육아처럼 사람들이 흔히 '인생의 퀘스트'라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 명확한 태도가 정립되어 있는지. 마냥 끌려가거나, 마냥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루 중 '기분좋다'고 생각될 만한 시간이 몇분이나 되는지. 잠들 때 '이만하면 괜찮았어'라고 생각될 만한 하루가 일주일에 며칠이나 되는지.
두뇌에 신피질이 없어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없는 물고기처럼, 눈앞에 닥친 문제에만 기뻐하고 분노하고 몰두하고 대응하다가 아까운 청춘을 다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실히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던 학생때의 삶이, 고단했을지언정 더 행복했다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화일까?)
뭐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말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푹푹 찌는 집에서 숨만 쉬며 생존에 의의를 두다가 참지 못하고 잠시 나온 프랜차이즈 카페, 이 곳의 시원한 에어컨바람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데 짬을 주었다. 이곳 우리안의천사 커피숍에 감사한다.
질문에 대한 답은 내일 생각해야겠다. 더우니까(..).
- 2016. 7. 24. 5:39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