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way Aug 20. 2016

토요일 새벽

인간이 무한히 긍정적일 수 있는 시간



자다가 깼다. 시계를 보니 이른 새벽이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달이 너무 밝아서.


인간이 만든 불빛이 밤에도 훤한 지금도 이러할진대, 먼 옛날 사람들은 이런 밤이 얼마나 오묘했을까 싶다. 세상에 나와 달만 있는 것 같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 달빛에 호롱불을 곁들여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고, 술도 마시고, 때로는 흔들흔들 등불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서 보고픈 이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올여름 유난히 지독한 열대야 때문에 내 방 선풍기는 밤에도 쉴새없이 풀가동, 그래도 더워서 가끔은 깜빡깜빡 깨기도 했더랬는데, 오늘은 왠지 선풍기바람에 오소소 닭살이 돋는다. 털털거리며 머리맡에서 돌아가던 선풍기를 간만에 쉬게 했더니 그 공백을 풀벌레 소리가 채운다. 눈을 감고 기다리니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살랑- 들어온다. 세상에. 불과 며칠전 망할놈의 지구온난화, 망할놈의 누진세를 되뇌이던 내 방에서 이런 호사를. 가을은 분명 가까이 오고 있다.



푸르스름하니 밝아오는 창밖 하늘을 바라보며 대 자로 쭉 뻗어 누워있다가 문득 "오, 행복하다"고 중얼거렸다.



인간은 약간의 달빛과 바람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다. 그걸, 자주 잊는다.




- 2016. 8. 20. 5:30AM




오 아침이당... (feat.방충망)


매거진의 이전글 체크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