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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Aug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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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에 대한 예의



어디서 들었어요. 누군가는 더위에 약하고, 누군가는 추위에 약하고, 또 누군가는 그 모두에 약할 수 있다고. A에겐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어둠이 야맹증이 있는 B에게는 지옥같을 수 있겠죠. 내 입엔 맛있는 당근케익이 당근을 싫어하는 그 누군가에겐 끔찍한 음식이 될 수 있겠죠. C에게는 활력이 될 쨍한 햇살이 D에게는 따가운 고통이 될 수 있겠죠. 나는 으슬으슬 잠깐 춥고 지나갔던 감기에, 내 친구는 열이 펄펄 끓고 초죽음이 되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꼭 사업에 실패하거나, 무너진 건물 안에 있었다거나, 불치의 병에 걸려야만 슬퍼할 자격을 얻는 건 아니라고. 세상엔 수많은 비극이 존재하지만, 꼭 누구나 인정할 만한 '공인 인증 비극' 을 소지해야만 눈물 흘릴 자격을 얻는 건 아니라고.



"별일 아니구만"이라는 라는 말, "남들은 더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나는 알고 있어요. 어느 누가 감히 남의 외로움과 고통을 재단할 수 있나요. 에너지효율등급처럼 슬픔에도 등급이 있나요? 우리  마음에까지 세상의 셈법을 들이대지는 말기로 해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 왜 이리 나약한지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음에게 슬퍼할 자유, 외로워할 자유, 솔직해질 자유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에 추위에 떨고 있을, 어둠에 주춤대고 있을, 햇살이 따갑다고 울고 있을 스스로의 손을 잡아 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지쳐 기댄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쉽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노력해 보려고요.




- 2016. 8. 31. 9:5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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