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모를 쓸쓸함
정리라고 시작하면 끝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면을 나누거나 네모 반듯 선을 맞추어 울타리를 둘렀다.
(마음을 잘 먹지 않아서 그렇지) 치워버린다고 생각하면 머리칼 한올도 없이 곳곳을 훔쳐냈다.
잊는 것은 더 쉬웠다. 물어봐야 떠올릴 정도로 아득하게 밀어내는 일 별로 어렵지 않았으니
매정하게 굴어버리는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겠지 기대했었다.
으레 나이 들면 마음 약해진다 하고, 몰랐던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니까.
그런데 그런 건 남 이야기 치부하듯
정리할 것도 없이, 치울 필요 없이 애초에 곁을 두지 않는다.
잊혀질 것들은 기억하기 전에 계산한다.
매정함, 차가움 그런 관계가 없어 쓸쓸함을 느낄 때가 생겨난다.
거실 나무 책상에 엎드려 고요히 이른 밤의 풀벌레 소리만 듣다
문득 쓸쓸함을 생각했다.
슬프거나 외로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도 아니다.
위로가 필요하지 않고, 곁의 누구를 찾지 않아도 되는
매끔한 얼굴 어디쯤에 붙어있는 부스러기를 바라보다 툴툴 털어내는 정도의 무미건조함과 닮은
계절이 주는 것인지 시간이 주는 것인지
지금 나이의 나에게 알려주는 것인지 모를
이 기분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