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5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했는데 40여 분 만에 버스에서 내리니 어둑한 밤이다.
한적한 동네 어귀까지 걸어오면, 어디선가 피운 불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수요일쯤부터는 숨이 턱턱 차오르는 평일의 밀도가
금요일인 오늘은 큰 숨이 노곤하게 발끝까지 내려앉는다.
크게 하는 걱정과 작은 소모들은 어제나 그제처럼 마무리가 없지만
평일의 시간이 다 했기에 내려놓는 금요일 밤.
새롭게 느끼는 계절의 온도, 밤의 시간
가사 없는 연주곡을 들으며
잠들기 전 머리맡에 남길 책의 구절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