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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27. 2024

무작정 내 인생 써 내려가기

도서 『신의 문장술』

살면서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세상에는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인생에서 글쓰기가 빠진 적이 없다. 아주 어릴 적에는 숙제로 그림일기를 써야 했고, 조금 자란 후에는 학교에 줄글 일기를 제출해야 했다. 책을 읽은 뒤에는 독후감을 써야 했고 수행평가로 논설문을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온 지금도, 여전히 글을 작성하는 과제와 전공 시험을 마주한다.


이렇듯 끝이 없는 글짓기의 연속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을 둘러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작법서를 찾아볼 수 있다. 남에게 잘 읽히는 주제를 고르는 방법, 조금 더 고급스러운 어휘를 익히는 방법, 문법을 틀리지 않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방법 등등,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익혀야 하는 방법론이 또 한가득이다.


후미코 후미오의 <신의 문장술> 역시 그러한 작법서 중 한 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이제 막 활동을 시작했던 나는, 작문 실력을 기르기 위해 뭐든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에 필요한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다) 쓰고 버리기의 중요성이다.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쓰고 버리기'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자는 글을 쓰는 데에 쓰고자 하는 의지를 제외한 다른 어떤 것도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쓰기 열등생이었던 본인조차도 평범한 회사원이 된 후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제는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렇게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장력이나 집중력은 필요 없다. 자본이나 시간도 그다지 필요 없다. '뛰어난 작가가 되어서 권위 있는 상을 받아야지' 같은 야망이 없으면 재능도 필요 없다.

- p.43 / 1장. 인생을 바꾼 20년 글쓰기 원칙


글을 쓰는 능력은 결국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사실 글쓰기에 도전하는 데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얼마나 감격적인가? 왠지 위로가 되는 이 문장을 읽고서야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깨달았다. 그는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지, '글쓰기 실력을 키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쓰는 행위 자체에 삶을 바꿀 힘이 존재한다.



우선 목표 지점까지 달려보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주저하는 것은 쓰고 난 결과물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깊은 생각을 문장으로 구현하고 싶지만, 나름대로 적어본 결과물은 어딘가 엉성해 보인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것만 같다. 심지어 가끔은 스스로 다시 읽고 싶지도 않을 수준의 글도 나와버린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영영 글쓰기를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결과물을 직면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은 다 쓰고 그 뒤에 버리면 된다. 이게 바로 쓰고 버리기의 핵심이다.


만약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내 글을 읽기가 두려워 시작할 수 없다면 일단 쓰고 곧장 버리자. 이면지에 감정을, 생각을 모조리 글자로 쏟아낸 뒤 바로 휴지통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쓰기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일단 쓰는 힘을 길러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나는 할 수 없다’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장애물을 설치하기 전에 우선 목표 지점까지 달려보자. 쓰기에 관해 얘기하자면, 쓰고 싶은 것을 지금의 실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다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실제로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없다. 다 써보지 않으면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없다.

- p. 45 / 1장. 인생을 바꾼 20년 글쓰기 원칙



'나'를 돌아보며 쓰기 : 개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무작정 글쓰기의 장점은 작가로 하여금 자기자신에 대해 알아갈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이는 나 역시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다.


나는 몇 차례 블로그를 운영하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쓰는 글이 너무 평범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면 굳이 내가 써야할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더 특별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나에게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내 글쓰기를 포기했다.


그러던 작년 여름,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내용일지라도 그냥 쓰자는 결심을 했다. 조금 뻔뻔해지기로 한 것이다. 어치피 아무도 안 볼 글이라면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겠냐며, 무작정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주로 내가 보고 온 공연에 대한 후기를 가감 없이 써서 올렸다. 게시판에 하나, 둘 글이 쌓여갔다.


재미있게도, 그제서야 내 글의 일관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 한 명, 한 명보다는 서사 자체에 집중하는 서사 중심의 관람,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취향,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이 있으면 그게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해보려는 성향.


이는 개성을 찾고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개성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두어야 할 건 쓰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기술을 다듬고, 나만의 특색을 찾는 건 일단 시작한 이후의 일이다.


계속 파내다 보면 그 목표나 꿈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인지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흐리터분해 보여도 글로 쓰다 보면 명확해진다. 점점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개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 p. 85 / 2장. 글을 쓰자 생각이 명료해졌다



'타인'을 바라보며 쓰기 : 타인도 나와 똑같은 복잡한 존재임을 인식하자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곧잘 이해가 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그럴 때는 무작정 그 사람들에 대해 글을 써 보아라.


글쓰기는 타인을 알아가는 데에도 도움를 준다. 정확히는 '타인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 유용하다. 내가 그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을 쓰고,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한 내용을 쓰고, 그렇게 생각한 근거까지 적어보자. 막상 적어보면 내가 모르면서 넘겨 짚은 부분도 발견할 수 있고, 기분은 나빠도 필요했던 조언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글이라는 도구는 내가 쉽게 지나친 사실들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있다.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데 정으로 붙들고 있었던 관계는 정리하고, 몸에 좋은 쓴소리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타인도 나와 똑같은 복잡한 존재임을 인식하자. 그런 인식을 바탕에 두고 타인을 관찰해보자. 그리고 ‘쓰기’를 통해 자신의 말로 그 사람을 다시 정의해보는 것이다. 글로 써보면 나의 일방적인 추측이나 느낌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상대방의 다양한 면모를 더 잘 볼 수 있다. ‘쓰기’를 통해 더는 첫인상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 p. 114 / 3장. 글쓰기는 인생의 나침반이다



올바르게 흔들리자  


다 읽고 나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제목에 따르면 ‘문장술’을 다루는 책이지만, 어떻게 하면 글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을 다스리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사실 작문보다는 삶의 지침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림을 우왕좌왕이나 돌아가는 길이라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가능성을 넓히는 생활 방식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 p. 103 / 3장. 글쓰기는 인생의 나침반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한껏 흔들리되, 글을 통해 올바르게 흔들리는 법을 배워보자.



※ 본 포스트는 아트인사이트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고 작성되었습니다.


2022. 11. 3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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