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글을 멈추자 머릿속이 엉켰다.
제 때 제 때 여러 생각 실타래를 풀어줘야 꼬이지 않고 색깔별로 질감별로 모을 수 있는데 그만 엉키고야 말았다.
바쁜 이들의 징표. 나쁘지는 않다. 천 피스 퍼즐을 시작하는 설레는 감각으로, 차근차근 풀어가면 될 테다.
그러나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눌라 적다 보면 정리되는 감각이 꽤나 후련하다.
글쓰기를 멈추자 멈춰있던 내 다른 세상이 돌아간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가 인식한 세상.
두 세상은 같으면서도 달라서, 글쓰기를 하며 마주한 내 세상은 달리 보인다.
내 고민과 우울과 분주함과 모든 엉킴이 하나하나 의미를 갖고 색을 띠고 가치를 찾아 제 갈길을 간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잔뜩 즐기고 나면, 나의 렌즈를 끼고 다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그때에는 감독판 영화처럼, 후일담처럼, 조금은 편안하게 그리고 아늑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 때야 깨닫는다. 조금 헤매는 것도 괜찮지. 그럼 그럼. 헤매는 게 제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