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의 사이

by 몇몇

긴 여행을 마치고 왔다. 천국을 다녀온 듯했다. 모든 게 동화 같았고 꿈만 같았다.

그 무렵 나는 곤두서서 몇 가지를 강하게 살폈다. 이 여행 곳곳에는 나의 작은 실험들이 숨어 있었다.


먼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과 여행 속 행복의 차이. 행복의 본질은 다르지 않을진대, 우린 여행을 어째서 높이 살까?


푸른 바다와 넓은 하늘, 만끽하는 여유와 값비싼 식사들. 여행이 담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들춰보아야 한다.


행복이 어디에 걸려 날아다니는지를 보려면. 의외로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덜 행복함을 확인하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차이는 여기서 왔다.


여행, 일찍 일어나서 주도적으로 움직임.

일상, 되는대로 게으름을 피우며 늑장부림.


여행, 걷고 움직이고 바라보고 관찰함.

일상, 해야 할 것을 함. 필요한 일들을 함.


여행, 감탄하고 웃고 즐기고 만족해함. 혹은 아쉬워함.

일상, 피곤해하거나 귀찮아하거나 안심함.


놀랍게도 다른 변수를 두지 않는다면..ㅡ 아니, 사실 위의 변수 역시 같도록 할 수 있지 않은가?


일상에서 내가 일찍 일어나서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걷고 움직이고 바라보고 관찰하며 감탄하고 웃고 즐기고 아쉬워하거나 만족해한다면,


우린 여행처럼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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