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의 함정

by 김민


온갖 잘난 척은 다하지만 결론은 “나만 잘 살면 돼” 아닌가. 자기 계발서의 요지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것이다. 뒤집으면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다. 뭐 그게 잘못 되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는 데로 따라오지 않으면 낙오자라도 될 것처럼 말하는 책들이 많다. 너도 나도 맹목적으로 계발을 하다 보니 세상이 이렇게까지 살기 힘든 곳이 된 것은 아닐까. 자연을 무조건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문제가 되듯 자신을 반드시 계발해야 한다고 여기는 강박도 문제가 아닐까.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싸우는 것, 타인보다 우위에 서는 것, 부자가 되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삶의 본질적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문구에 현혹되어 채찍질해야만 하는 걸까.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 그들의 옳음은 그들의 것이다. 자기 계발서의 논거는 그의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화폐에 불과하다.

자기 계발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 역시 인생의 길이지만 이것만이 길이라는 식으로 구는 몇몇 자기 계발서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력만으로 모든 걸 얻은 것도 아니다. 모두가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시스템은 자본주의에서 존재할 수 없다. 그들에게 권위를 준 것은 대중들이다. 그들 모두가 타당한 인과에 따라 성공하지 않았다. 성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인과를 끌어다 쓴 것뿐이다. 그냥 운이 좋았다. 세계정세가 나를 도왔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성공하지 못한 채 생을 끝냈는가. 뼈를 깎는 노력에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투자로 인생을 말아먹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흔한가. 성공하면 과감함이고 실패하면 무모함이 된다. “내가 얼마나 낮은 자리에서 올라왔는지 알아?” “자, 내가 무수한 역경들을 어떻게 헤쳐 왔는지 봐봐.”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니 내 말이 맞지 않겠어?” 그들의 무용담을 듣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 자신을 뜯어 고치기 전에 물어야 한다. 그곳으로 가고 싶은지. 진정으로 원하는지. 어떤 것을 성공한 삶이라 느끼는지.


사는 게 꼭 싸움이 되어야 하는 걸까. 타인과 겨루고 나와 싸워 이겨야 멋진 삶인 걸까. 이기지 못하면 낭비가 되어버리는 걸까. 그게 맞는 걸까. 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다. 그런 인생도 없다. 가장 핫한 연예인도 안티가 있는데.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공자도 뜻을 펼치지 못하고 평생 헤맸는데.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위해 필요한 건 그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물론 부끄러운 일도 있었고 지우고 싶은 기억도 있다. 때로는 그건 내가 아니라 변명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나였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내가 걸어온 길이다. 바꿀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순간, 바꿀 수 없는 기억은 훼손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되었다. 그랬다. 나는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나면 되는 거였다. 앞으로도 실수하고 흐트러지고 무너지고 망가지면서 나아가겠지. 뭐 어때서. 그게 나의 이야기인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몰개성하게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제품이 아니니까. 숲이 씨앗을 가려 받던가. 바다가 강물을 밀어내던가. 이토록 다양한 사람이 모여 세상이 되고 그토록 많은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사람의 생은 숲이고 바다다. 아킬레스건이 가장 큰 힘을 내듯, 약점이라 생각한 것이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될 거다. 꼭 숨겨진 의미가 있어야 할까. 태양 아래 떳떳하게 서있는 것만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까. 생의 의미를 찾는 동안 사는 재미는 꼭꼭 숨어 버린다. 꼭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 걸까. 지금에 이른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이 아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 납득하게 되니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답은 없으나 저마다의 해답은 있으니까.


하루 2시간 이상의 독서, 주 5회 이상의 운동 따위의 것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대부분을 몇 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공했는가? 그렇지 않다. 생활비는 몇 분의 일로 줄었다. 수입은 수 십분의 일로 줄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실패자라 여기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확신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 온전한 자신으로 산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 뿐인 삶을 훼손하면서까지 이루어야 할 무언가가 과연 존재하는가. 한번 잃어버린 건 되찾을 수 없다. 길을 살피느라 지금 서 있는 풍경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루지 못하면 어때서, 어차피 끝날 인생 태어난 김에 사는 거라 생각하면 어떨까. 그런 마음으로 살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생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게 되겠지. 살아있음 자체를 목적으로 한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겨우 더듬거리며 삶을 배운다. 이제 막 생이 시작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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