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
미래가 불안할 때면 평생 모든 단어를 생전 처음 본 것처럼 살았던 헤밍웨이를 떠올린다. 그저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내려 가면 된다던 그의 강인한 얼굴을 떠올린다. 운명에 맞선 소설 속 인물들처럼 그의 생도 뜨겁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보다 역동적인 작가를 알지 못한다. 전쟁터에 뛰어들고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도 살아남아 뜨겁게 사랑하고 인생을 즐겼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와 쿠바 세계를 떠돌며 글을 쓰고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한 불꽃 남자 헤밍웨이. 일부 비평가들의 말대로 마초에 다혈질에 거만한 면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삶의 동력이 어머니에게 억압받은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뜨겁게 생을 사랑한 사람이었고 글쓰기에 누구보다 진지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자살에 사용한 권총을 선물로 보내는 어머니에게 자랐지만 그는 분노와 결핍마저도 연료로 사용했다. 분노를 열정으로 전환하고 결핍을 도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인생은 그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가 아닌 사건에 대응한 방식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는 가진 에너지를 모조리 쏟아내는 방식으로 삶에 임했다. 미사여구를 집어던지고 진실한 한 문장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헤밍웨이는 끝났다며 수군거릴 때에도 그는 글을 쓴다. 그 때 발표한 소설이 <노인과 바다> 이 책으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대중적 성공까지 거머쥔다.
헤밍웨이에게서 용기 있는 삶을 배운다. 작품들만큼이나 그의 생도 위대한 이야기였다.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생을 떠올리면 가보지 못할 길이 없다. 헤밍웨이처럼 화려한 불꽃은 아닐 테지만 내가 가진 것을 모두 태우고 갈 수는 있겠지. 대단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특별한 삶을 살게 되겠지. 그의 삶을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문학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창조하지 못하는 이는 비평을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이는 평가를 하는 법이다. 타인을 신경 쓸 필요 없다. 자신을 이유 삼아 나아가면 된다. 살아있었던 순간과 사랑했던 순간만을 세월로 여기면 더디 늙는다. 적어도 제대로 나이 들긴 하겠지. 자신의 몸을 이야기를 쓰기 위한 펜으로 사용한 과감함을 배워야 한다. 꽃을 피우지 못하더라도 남김없이 태우면 된다. 꽃은 며칠이면 시들지만 불꽃은 사는 동안 꺼지지 않으니까.
오늘도 그는 내게 속삭인다.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쓰듯 살면 된다네. 자네가 아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진실한 문장 하나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네. 머리로 생각하지 말게. 자네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몸으로 옮겨 적으면 된다네. 문장이 엉망일 때도 그냥 계속 써나가도록 하게. 삶을 다루는 방법도 오직 한 가지뿐이라네. 빌어먹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거지. 살아있는 동안 기쁨을 욕망하도록 하게. 어떻게 늙을 것인가 질문하는 대신 무엇을 위해 불꽃을 피우다 갈 것인지 생각하게. 잡다한 수식어 따윈 필요 없네. 평범한 단어라도 진실이 깃들어 있다면 위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네. 진심을 다해 써내려간 이야기는 모두 위대하다네. 세상은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네.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네.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지 말게. 화려하지 않아도 모든 생은 특별하다네. 바다의 끝은 자신이 본 곳까지지만 세계의 끝은 자신이 상상한 곳까지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