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7th of march

by Space station


정리란 잊거나 지우는 게 아니라 간직하되 짐이 되지 않게 하는 것



나는 평생 잘 정리하지 못했다. 독립 이후 수년을 떨어져 살았던 엄마와 다시 함께 살게 됐을 때 자주 듣던 말은 ‘이거 찾았지? 어떻게 아는 줄 알아? 너가 열었던 서랍은 다 조금씩 열려있어’ 였다. 나는 열었던 서랍을 야무지게 닫는 사람이 아니었고 엄마는 내가 어떤 서랍을 열었는지를 보고 내가 뭘 찾았는지 꿰뚫는 사람이다.

사소한 물건에도 잘 의미를 부여해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곤 했지만 흥미롭게도 그것들에 큰 관심은 없었다.

한참이지나 엄마에게 그거 어딨지? 물으면 진작 버렸다고 이렇게 찾을 물건은 없어도 되는 것이니 찾지 말고 없었던 것처럼 지내라 말했었다.

지금 집에서도 많은 것들이 미씽 상태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고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정확히 기억이 나는 순간 그걸 왜 버렸어! 로 엄마와 한바탕 할 것이다.

엄마의 독립(?) 후 혼자 살 영등포 집으로 이사하기 전 온 집안을 들쑤시며 엄청난 정보를 얻었었다.

바로 엄마가 정리하지 못한 너무 많은 것들이 집에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며 이삿짐을 줄이고자 최대한 정리하고 버려야지를 각오하며 대왕 종량제 봉투를 들고 종일 이것저것 남의 일기장 훔쳐보듯 잔존하는 엄마의 낡은 흔적들을 보면서 이거 챙겨? 버려도 돼? 통화로 물어봤었다. 대부분 챙기라 말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콩 심은 데 콩이 났다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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