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freely bloom

21th Feb 틔우지 못한 봉우리

by Space station



원체 꽃 선물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다고 쓰려다 보니 그렇지만도 않다. 종종 특별한 날 혹은 일상적으로도 받아왔다. 하지만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이들에게 늘 나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이유는 그저 가장 아름다워질 시점에 잘려나가 모양만으로 값이 매겨져 비싸게 팔리곤 선물 되어 죽어가는 그들을 보는 것이 속상하다. 나는 식집사이고, 식물을 이해하며 잘 가꾸는 편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꽃보다는 뿌리가 있는 분을 달라고 말해왔다. 뿌리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들이 죽지 않게 지켜낼 테니 적어도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받아도 드라이플라워로는 만들지 않는다. 죽으면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이 가장 순리적이고 아름답다 여기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천지개벽이 일어나 막아 내거나 막지 못하는 일들이 생김을 알기에 최선을 다함에도 순리는 거스르지 않는다 여기는 것이 마음의 병을 들쑤시지 않는다.

그녀에게 발렌타인데이에 장미를 받았다. 술냄새를 풍기던 그녀는 결벽 강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종이비누와 장미 다발을 선물해 줬다. 어쩐지 그녀에게만큼은 꽃의 죽음 이슈를 말하지 못했었다.

감사히 받았고 예쁘게 보다가 보내주리라 약속을 했었다. 완연하게 피었던 몇 꽃머리가 며칠 새 저물어 고개를 숙였고 틔우지 못한 수많은 봉우리들 또한 시들해졌다. 유통과정 중 약의 힘이 다 했을 수도 내가 잘 돌보지 못했을 수도 그럼에도 어쩐지 틔우지 못한 작은 봉우리들이 보통은 양분을 채운 물에 꽂아두면 틔우기 마련임을 아는 의미부여 마음병자인 나에겐 그녀의 기운이 이젠 꽃봉오리를 피워낼 만큼은 아닌가를 생각하며 상처에 술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들어가는 꽃을 솎아내며 느낀 것은 그들이 너무 촘촘히 피어있었다. 볕과 바람이 들고 서로 부대끼지 않게 피어나려면 반드시 가지치기가 필요한데 다발의 뭉텅이 꽃을 연출하려는 의도 탓인지 만개했던 꽃머리 옆엔 빛을 받지 못했던 작은 봉우리들이 촘촘했다.

나는 저문 꽃을 솎으며 부디 이 손톱만 한 봉우리들이 활짝 피어나길 기도했다. 이전 그 어떠한 봉우리와도 절대 비교하는 일이 없을 테니 용기 내 스스로 틔울 것을, 자유롭게 피어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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