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1
early mornin tuesday /dayoff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다.
늘상 무기력한 삶을 살았지만 승부욕은 강했어서 마땅히 해내며 살긴 했다. 그 승부욕은 뭔가를 이뤄내고, 쟁취하고, 꿈을 꾸고 싶어 우러난 마음이 아닌 지기 싫어서, 상대적 열등을 견딜 수 없어 생긴 비교하는 마음의 병이었다.
이길 수 없을 때의 나는 도망갔었다. 패배한 나를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숨어서 태연한 척할 수 있을 때까지 패배를 곱씹어 무디게 만들곤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무언가를 조용히 꾸역꾸역 시작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꿈이 없는 삶을 유지하는 것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
진심이 아니었던 나의 허접한 목표들은 쉬이 꺾여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짓밟히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진심이 아니라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살아는 남았지만 막연하게 도태된 듯 느껴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의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에게서 찾아내야 할 하기 싫은 숙제다.
사랑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 믿기 시작한 건 이렇게 가짜로 살아남았기 때문 같다.
사랑을 할 땐 늘 그들이 보고 싶었다.
싸워도 보고 싶었고,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함께 있고 싶었다. 같이 먹고, 대화하고, 술 마시고, 품에 가득 안고 섹스하고 싶었다. 더 깊게 품고, 품어지고 싶었고 우리만의 뭔가를 더 원했으며, 서로에게 영원 비슷한 어떠한 불가능을 꿈꿨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주저, 고민 그리고 비교 없이 진심으로 우러나온 것은 나에게 사랑밖에 없었다.
그 어떤 것 보다 삶에서 강력하고 때론 처절했다. 아마도 나는 잘 사랑하며 살아왔다. 이러한 나의 미성숙함을 상대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 노력했었고, 자연스럽게 흐르며 함께 성장하는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3년 전 실연을 겪은 후 다 쏟지 못하고 멈춰버린 내 사랑의 강은 우물처럼 고여버렸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한켠의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리움과 외로움은 해소될 수 없었고, 걷고도 또 걸었으며 의존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의존했다.
나의 유일하게 아름다운 부분은 사랑밖에 없는데 이마저 병들었고, 나는 어떻게든 이 강을 다시 흐르게 하려고 우물 같은 감정을 퍼냈고, 누군가에게 받은 마구잡이 사랑들을 부어 흘렸다.
상처가 두려워 주저하게 되었고, 내 멋대로 판단하고 고민했으며 비교하게 되었다. 우린 다 계획에 없던 사랑을 하고 예상치 못한 크기의 사랑을 쏟게 된다는 말을 생각하며 나의 강이 다시 흐를 수 있을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