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

24th Sep

by Space station



그녀와 교제를 결심한 뒤 결속에 대해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갈망해 왔던 사랑이 이유일까 관계에 속 강한 유대감을 원해왔던 것 짧은 기간이지만 의도찮게 깨나 그녀를 괴롭혀 왔다.

나이가 들수록 왜 점점 더 고독에 빠지는지 관계의 시작이 어려운지 더 이상 순수한 마음만을 가지고는 상대를 볼 수 없기에, 삶은 충분히 고단하고 포기하지 못할 이미 알아버리고야 만 무언가로 충분히 채워져 뒷전에 밀려있던 사랑을 조심스레 끌어올리자니 온갖 마음의 병들이 주렁주렁 묵직하게 함께 딸려 올라온다.

늘 마음 한켠에 있었지만 오랫동안 외면했던 어린 마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존감, 오만한 판단, 어떠한 막연한 질투와 실망들

생각 괴롭히기가 취미인 나에겐 단순한 대화마저도 경험을 바탕하는 오만이 드러난다. 모든 것을 막는 방패이고 싶지만 여기저기 허술하기만 한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진짜를 찾고 그것은 마치 새겨진 활자처럼 나의 곁에 있길 바라는 욕심 딱 맞는 퍼즐처럼 나와 같으면 하는 미성숙한 바람


늘 단순을 갈구하지만 그것은 복장이 터지고 꾸역꾸역 어려운 퍼즐을 맞추려 드는 나의 마음은 맞추고 맞추다 들러엎고야 마는 그러곤 다시 맞추기를 지긋지긋한 반복으로 마침내 얻는 것은 이 퍼즐은 단순한 그림이었음을 안전함은 삼신할매가 돕는 것도 어우러져 얻는 것도 아닌 힘으로 유지할 수 있는 평화임을

결국 혼자 남겨져야만 눈물을 쏟는 나의 마음은 나조차 내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길 진심으로 바랐던 그러한 수많은 마음들

비 오는 밤 구름 속 숨은 작은 별 같은 나를 찾아주길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발견하면 ‘너가 뭘 알아’ 하며 내치는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혹은 영원히 풀어내야 할 지치는 숙제 그리고 장황한 서론 속 구석에 숨어 뱉는 나의 작은 말






25th Sep


본론


예쁜 꽃을 그저 예쁜 존재 자체만으로 볼 수 없다. 이 꽃은 온습도의 변화, 날씨의 변화, 흙의 산성도 설명할 수 없는 계절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머잖아 죽어버릴 것을 안다. 때문에 초록 식물만 키운다. 노력보다 쉽게 죽는 꽃을 보는 건 마음의 낭비다.

끝없이 샘솟는 디나이얼은 다시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안달이 났을까

마음의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누군가 말했다. 어떠한 여유도 만들어낼 수 없는 이 비좁은 마음은 사소한 것에도 픽픽 지쳐 쓰러져 버리고야 마는 죽은 나무에 붙어 조금만 흔들어도 우수수던 떨어지던 초록 이파리와 같이

기도와 염원, 사랑만으론 죽어가는 것을 살릴 순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내 뿌리는 썩어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되짚어 남 탓을 하며 원망할지 그리고 깊이 깊이 깊이 반성할지

지금 이 마음은 앞으로의 녹초가 될 마음, 기어코 그것을 예상해 버리고야 마는 오만함, 미어터지는 마음속에 욱여넣으려 하는 꽃 같은 마음

그녀도 나만큼 두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어째서 그렇게 자신 있어하는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안전함을, 가족을 운운하는지

누군가는 결혼을 누군가는 결속 그와 비슷한 어떠한 것을 바라며 무너질 수 없는 하나의 구조물과 같이 되려 하는 것

사람은 다 비슷하다. 사랑도 다 비슷하다.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하겠는가 남들 다 하는 사랑을 하겠지







26th sep


결론


‘오늘은 신호운이 좋네 불안하게’를 말하는 스스로가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지긋지긋하게 그것을 믿는 내가 다시 지긋지긋하다.

그녀는 나의 방식으로 온갖 해결책을 줄줄 달고 왔다. 그것엔 떠나고 혹은 남겨지는 처절함은 plan c 혹은 z에도 없어 보였다.

‘널 잃으면 나는 이런 슬픔에 빠질 거야’라고 차라리 말했다면 어땠을까

금세 눈이 벌게져 이야기를 나누다가 벗겨지는 나의 바지를 보고는 금니를 뽐내며 찍었어야 하는데! 말하는 너를 보니 내 마음은 이미 깨진 조각이 아닐 수도 라는 회피하고 싶은 희망이 당장이라도 깨뜨릴 듯 들려진 마음을 내쳐 깨트리면 그 조각을 목구멍에 갖다 대려는 마음, 엄마와 손가락 걸고 약속하곤 자전거 가게 앞에서 떼쓰고야 마는 어쩔 수 없는 어린 마음

진심으로 너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 그럴 자격이 넘치고 나에겐 과분하니까

나는 겁에 질려 도망간 순수한 개가 아닌 그저 겁에 질려 도망가는 병든 사람이야 그리고 여전히 가려운 부분은 긁지 못했어 나도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만나니 좋아 오늘 너를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26일 출근길


예보엔 비가 오지 않는다는데 오토바이가 타기 싫어 버스를 탔어 보냈던 카톡을 지운 이유는 결론이 결론이 아니라서를 타이핑하자니 결혼이라는 오탈자가 생겨 머릿통 속 다시 에포케




뱀다리


그럼에도 너와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 말하며 약속의 반지를 주문하는 나는 어떤 뮤탄트 마음일까

내일 너는 게이지 링으로 호수를 재러 우리 집에 오겠지 그리곤 언제 올까 설레하며 한 달을 문 앞에서 순수한 개처럼 주인을 기다리듯 기다릴 거야

너와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너와 같이 하고 싶기 때문이야

내일 헤어져도 오늘의 우리가 같이 반지를 껴보면 좋겠어 그리고 헤어지면 주글주글 주책바가지 등을 고민하다 새겨 넣을 거야 그러니까 의미 갖거나 부담 갖지 마

내 마음이야 너가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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