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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ㄷㅏㄹ Nov 16. 2022

설거지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

라면을 먹었더니 냄비에 국물 꽃이 피었네

고기를 구웠더니 그릇에 유전 터졌네

과일을 깎았더니 과도에 과즙 향수 뿌렸네

서로 다른 듯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렸구나


국물 꽃을 피운 자는 끝내 모른 척하려 해

기름 바다 만든 자는 닦는 시늉만 하려 해

향기 품은 과도는 껍질로 몸만 훔쳤네

서로 같은 듯 다른 결말을 맞이했구나


그 자리에 고스란히 놔두어

기꺼이 내 두 손을 핏빛으로 물들여

국물 꽃이 지고 유전은 멈추었다

괴도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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