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
라면을 먹었더니 냄비에 국물 꽃이 피었네
고기를 구웠더니 그릇에 유전 터졌네
과일을 깎았더니 과도에 과즙 향수 뿌렸네
서로 다른 듯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렸구나
국물 꽃을 피운 자는 끝내 모른 척하려 해
기름 바다 만든 자는 닦는 시늉만 하려 해
향기 품은 과도는 껍질로 몸만 훔쳤네
서로 같은 듯 다른 결말을 맞이했구나
그 자리에 고스란히 놔두어
기꺼이 내 두 손을 핏빛으로 물들여
국물 꽃이 지고 유전은 멈추었다
괴도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