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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Mar 15. 2021

난민 유입과 인구증가?

대규모 난민 유입이 인구 구조에 미치는영향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로 660만 명이 넘는 시리아인이 난민으로서 조국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중 약 550만 명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와 같은 인근 국가로 향했지만, 유럽에 정착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으로 향한 난민의 절대적 수는 인근 국가와 비교할 때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난민 유입이 흔한 일이 아니고, 일부 국가는 자국 인구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난민의 유입을 경험했고, 이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이른바 “난민 위기(refugee crisi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10년대 대규모 난민 유입은 사회의 모든 면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일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객관적인 수치에 근거한 내용은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리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 전에도 다양한 종류의 이민자가 유입국(host country)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대다수는 학계에서 이루어지는 갑론을박보다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를 먼저 접하기 마련입니다.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든지, “이민자 때문에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와 같은 주장은 낯선 상대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자극하고, 사실관계를 떠나서 머릿속에 쉽게 남습니다. 때로는 부정확한 정보가 오히려 더 빠르게 유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이주 관련 연구를 하는 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몫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2011년 이후 시리아 난민이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인구 증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한 연구입니다. 연구자들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지 않고, 시리아 출신 난민의 급작스러운 유입이 없다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시나리오와 실제 데이터를 비교함으로써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인구수와 출생아 수가 얼마나 달랐을지 추정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주황색 부분이 '내전 없음' 시나리오와 실제 인구 증가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출처: Tønnessen et al. (2021)



해당 연구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인구 등록 (population register)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므로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유입이 없었다면, 2016년 스웨덴 인구 증가는 약 36%, 노르웨이는 약 26% 적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2016년 스웨덴 인구수는 약 144,000명 정도 증가했는데, 시리아 내전이 없었다면 이중 약 51,900명은 유입되거나 태어나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내전이 없는 시나리오에서 스웨덴 2018년 출생아 수는 실제보다 약 3,800명 적어 3% 정도 감소한 수치를 보여주고, 노르웨이의 경우 650명이 적어 약 1% 감소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나아가, 일부 지자체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인구 유입이 없었다면 2016년경에 인구 감소를 경험했을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 시리아 난민의 일부를 인구 감소를 이미 경험하고 있거나,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 단위에 정착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모두 고령화가 상당히 진전된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분석은 몇 가지 중요한 가정하에 이루어졌습니다. 2011년 이후 시리아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는 2003년부터 2010년도 추세를 그대로 따르는 극히 미미한 수였을 것이라는 가정, 이렇게 유입되는 인구의 연령 구조와 성비도 기존 추세를 그대로 따랐을 것이라는 가정 등이 이루어져야 하나의 반사실적 시나리오 구성이 가능합니다. 특히 출생 아동 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이런 가정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요 한계도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아랍의 봄’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참사가 일어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리아 난민이 스웨덴에 유입되는 현상이 다른 인구 집단의 이민, 혹은 출산 행위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해당 연구는 그런 면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델의 내생적인 한계입니다. 연구자들도 이런 가정의 장단점에 대해 본문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구학 연구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3가지 핵심 현상을 꼽으라면 출산(fertility), 사망(mortality), 그리고 이주(migration)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연구자는 세 가지 중 본인이 주로 연구하는 분야 하나를 잡고 있겠지만, 인간의 생로병사와 이주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이 북유럽 국가의 인구 증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얼핏 듣기에는 나비효과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더욱 촘촘하게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예견된 나비효과였을 지도 모릅니다. 


향후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 각국에 유입된 시리아 출신 난민이 그들의 여생 동안, 그리고 그들의 2세, 3세가 겪을 미래에 관해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실증적 연구의 결과물이 이주민과 유입국 사회 모두를 위한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길 바라봅니다. 


참고문헌


Tønnessen, M., Aradhya, S., & Mussino, E. (2021). How Assad changed population growth in Sweden and Norway: Syrian refugees’ impact on Nordic national and municipal demography. PLOS ONE, 16(1), e0244670.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4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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