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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Jul 25. 2019

역사단막극 거울

희곡 원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는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잔재가 그 시작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무명작가의 원고이긴 하나 우리들 또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거울 원고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공연 계약이 성사된 메카네 극단의 대표님의 이해와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완성한 이 원고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작은 거울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 본 원고는 역사 교육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원고로서 상업적 공연 및 무단 각색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거울     



오프닝


조명이 꺼진 무대 위로 핀 조명이 내려오고 박사가 무대 앞으로 나온다.          

박사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조금 특별한 곳에서 여러분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역사 얘기가 참 많죠? 3.1절 100주년이다 건국 100주년이다. 평소 역사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꼭 무슨 때만 되면 늘 그렇게 역사 역사. 게다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2년을 배웠는데 아직도 역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강의가 아닌 연극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괜찮죠?      


학생들 : 네.      


박사 : 이 연극을 보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역사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생각나는 어떤 말이든 괜찮습니다.


학생들 : 답변 ...


박사 : (답변이 있다면) 네, 맞습니다. 생각보다 역사에 관심이 많네요. 훈훈합니다. (답변이 없다면) 아, 이게 우리나라 역사의 현실인가요?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여기 있기 때문이죠. / (공통대사)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도 역사의 한 순간이라는 것이고 이 순간을 통해 우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단! 혹시라도 이 말을 외우려고 한다면 하지 마세요.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고 이해하는 겁니다. 그때의 삶과 문화를 말이죠. 거기 학생 벌써 잠이 오나요?    


관객 반응을 보고 다음 대사 진행.


박사 : 저 학생이 잠을 자고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이 온다면 그에게 오늘은 수많은 하루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민망함에 잠이 깨서 연극에 몰입하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깨닫고 역사가의 길을 걷는다면 엄청난 사건이 되겠죠? 그래서 역사는 개개인의 시간과 사건이 모여 사람들의 삶이 되고 문화가 되어 역사로 기록 됩니다. 어때요? 참 쉽쥬? 최소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공부하기로 이 자리에 와 계시다면 이걸 꼭 기억하시면 됩니다. 따라 하세요. 역사는(역사는) 아니 아니, 더 크게. 다시 역사는 (역사는) 스스로 (스스로) 자각하고 (자각하고) 깨우치지 않으면 (깨우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그 때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      


박사 : (불쾌한 표정으로) 최소한의 소양조차 없는 분이 계시군요.     

조교, 무대 아래서 핸드폰 슬쩍 들어 올린다.

박사 : 내꺼야?

조교 : 박사님, 교육부 장관님 전화가...

박사 : 조교, 내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수업 시간 중에 전화 안 받는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박사, 조교에게 건네받은 전화를 직접 끊는다. 그리고 조교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박사 : 죄송합니다. 제가 인기가 많긴 하지만 어쨌든 제 수업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방해하는 건 용납을.    


벨소리 다시 울린다.     


박사 : 조교, 전화기 끄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 수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지금 제 앞에 있는 학생들과의 시간입니다. 알겠어요?

조교 : 네에.      

박사 : 뭐 그렇지만 중요한 것 같으니까 장관님께 카톡 보내놔요, 이따 전화드린다고.

조교 : 넵

박사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여러분이 볼 연극의 제목은 거울입니다. 과연 이 거울이 여러분들에게 또 나에게 어떤 의미로 역사를 이야기할까요? 궁금하시죠?

학생들 : 네

박사 : 연극을 볼 때 있어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이 나라면? 이런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거예요. 역사 교과서를 읽을 때도 그렇게 나를 대입시키면 이해가 아주 쉽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되었다가 일제식민지 시절에는 친일파도 되었다가...


무대 조명이 반짝반짝인다.      


박사 : 공연 준비가 다 되었군요. 그럼 연극 재미있게 보시고 역사의 거울이 갖는 의미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사 퇴장.


제1막          


1940년대 동유럽풍의 탁자와 피아노가 놓여 있는 집무실

왼쪽 벽면에는 히틀러 초상화와 나치 문양 걸려있고 가운데 정면 위에 십자가가 있으며 오른쪽에는 거울이 걸려있다.

그리고 한 남자, 슈베르트의 <마왕>을 치고 있다.      

노크 소리와 함께 군인과 여자가 들어온다.  


윌름 상사 : 장군님, 말씀하신 대로 그녀를 (문 열고 들어오다 다리가 꼬여서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며) 데 데리고 왔습니다. (삐뚤어진 모자 바로 쓴다.)


헤스, 치던 피아노가 잠시 멈칫하며         


헤스 : 잠깐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지. 거기 앉으세요. 숙녀분을 힘들게 세워두는 건 매너가 아니니까.


센들러, 가만히 서있다.    


윌름 상사 : 야, 앉아!          

센들러 : 그냥 이대로 있겠어요.         

윌름 상사 : (위협적으로) 이게.         


헤스, 피아노 음정이 틀린다. 피아노를 꽝꽝 때린다.     


헤스 : 항상 여기에서 틀린다 말이야. 젠장, 피아노 선생을 다시 구하던지 해야지. (피아노에서 돌아 앉아 센들러에게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난 아우슈비츠의 소장, 헤스 장군입니다. (악수를 청한다.)         


센들러, 경멸적인 시선으로 헤스를 쳐다본다.    


헤스 : 오, 이런. 당신은 글만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사람을 당황시키는 재주도 있었군요. 하지만 전 보기와 다르게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아요.        


센들러, 그의 시선을 피한다.          


헤스 : (센들러의 얼굴을 손으로 돌리며.) 우리 대화가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다면 자리에 앉아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센들러, 소파에 앉고 헤스는 왼편 의자에 앉는다.     


헤스 : 상사,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은데 분위기를 업 시킬만한 소식은 없나?

윌름 상사 :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독일 소년단의 활약으로 유태인 소탕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군의 승전보가 연일 계속되어 항복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헤스 : 오,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군.         

윌름 상사 : 그리고 지금 요세프 엥겔러 대위께서 아이들을 광장에서 선별하고 계십니다.

헤스 : 아, 그래? 그럼 또 재미난 연구가 시작되겠군.


헤스 일어나 거울 앞에서 제복의 옷매무새를 되잡는다.


센들러 : (거울 앞에선 헤스를 향해 돌아앉으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윌름 상사 : 조용해! 감히 장군님에게 질문을 하다니!   

헤스 : (앞 머리칼을 정리하며) 아아, 상사. 흥분하지 말라고. 기분이 좋아지려다 자꾸 흥이 깨지잖아.         

윌름 상사 : 죄 죄송합니다. 장군.        

헤스 : (다시 의자에 앉으며) 센들러 양,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마저 들어봅시다.

센들러 :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거죠?      

헤스 : 무슨 일? 누구를? 어떻게? 이걸 묻는 건가?   

센들러 : 그래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고 있냐는 말이에요!   

헤스 : 어떤 이유에서 묻는지 짐작은 가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요. 우리는 이곳에 있는, 우리의 안전한 이 보금자리에서 내일의 독일, 내일의 인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소. 답이 되겠소?         

센들러 : 미쳤어.         

헤스 : 미쳤다고? 듣기보단 상당히 입이 거칠구먼. 상사, 요제프에게 신생아에 대한 생체 실험도 추진하라고 전해주게.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물 한 잔만 가져오고. 곧 센들러 양이 목이 탈 것 같으니까. 하하하하.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상사가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헤스 : 센들러 양, 아니 센들러. 더 이상의 예우는 지금부턴 사치처럼 느껴지는군. 서로 편하게 말해볼까? 이젠 적이 아닌 동료가 될 테니까.      

센들러 : 동료? 내가 당신을 도울 것 같아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 한다.)        

헤스 : 워워, 센들러 양. 자꾸 그렇게 흥분하면 (허리 칼에서 권총을 꺼내 센들러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한 순간의 불쾌함으로 이 아름다운 곳을 더럽힐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내 말을 끝까지 들어요, 제발. 알겠어요? (권총으로 센들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난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지.   

센들러, 거친 호흡을 하며 입을 굳게 다문다.      

헤스 : 좋아, 좋아. 그 눈빛, 그 인내심. 제가 바라는 게 바로 그 모습이에요, 센들러. 그럼 다시 대화를 시작해 볼까?         

센들러 : 절 왜 이리 데리고 오신 거죠?        

헤스 : 오, 굿 퀘스천. 아주 좋은 질문이야. 기차역에서 봐서 알겠지만 우린 우리 독일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재, 즉 우월한 인종만을 선별하지.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앗, 잠깐만. 우리의 동료들의 즐거운 행진 소리가 들리는군.    


창 밖에서 군인들의 구호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헤스, (음악에 맞춰 허공에 손으로 지휘를 한다.) 언제 들어도 참 기분 좋은 연주야. 저 오케스트라 단원이 누구일 것 같아? 독일인? 아니 아니 독일과 함께 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위해 투항한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지.         


센들러, 헤스의 시선을 외면한 채 대답을 안 한다.       


헤스 : (센들러의 태도에 아랑곳 않고) 이유는 간단해. 전쟁이 빨리 끝나야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들의 원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다 자기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저토록 신명 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공연을 하는 거야. 누구를 위해? 바로 우리의 승리를 위해, 알겠어?          

센들러 : 모르겠어요, 정말 이 전쟁이 끝나면 이 전쟁이 독일군의 승리가 된다면 우리에게 자유가, 전 세계 평화가 온다는 게. 그리고 내가 무슨 이유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헤스 : 그 이유는 지금 당신 입에서 나왔잖아. 이 곳에 온 이유를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러 당신이 이 자리에 온 거니까.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이의 거듭된 추천으로 말이야.      

센들러 : (벌떡 일어나며) 위젤? 위젤이 여기 있어요?     

헤스 : 워워, 당신은 흥분하면 안 된다니까. 자자, 앉아요.  

센들러 : 위젤은 어디 있죠? 살아 있나요?         

헤스 : 걱정 말아요. 방금 말했다시피 우린 인재를 그렇게 쉽게 죽이지 않습니다. 아니 함께 하려고 노력하죠. 당신이 이 자리에 온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지지 않나요?          

센들러 : 오, 신이시여.          

헤스 : 맞아요. (벽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키며) 당신은 선택받은 거요. 당신의 삶과 당신의 아이, 그리고 위? 위 모 여하튼 그 더러운 유태인과 말이오.       

센들러 : (배를 가리며) 알고 있었군요.         

헤스 : 난 하나님께 선택받은 이곳의 신이요. 내가 알고자 하면 알고 살리고자 하면 살리고 죽이고자 하면 죽이는, 그런 내게 안다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척 실례라는 건 알고 있소?         


문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군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온다.    


헤스 : 오, 때마침 잘 왔어. 여긴 우리의 홍보 선전글을 담당할 천재 작가 센들러 양, 여긴 우리 여성과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선사하는 3 수용소 이르마 그레제 간수장이요.

그레제 : 안녕하세요. 센들러 양, 오기 전에 그분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센들러 : 위젤은 어딨죠?         

그레제 :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독일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있어요. 당신의 안위를 위해서도.         

헤스 : 인사는 됐고 날 찾아온 이유가 뭔가?          


그레제, 헤스에게 문서를 보여준다.  


헤스 : (문서로 탁자를 내리치며) 뭐야, 평가가 왜 이래?    

그레제 : 그게, 다른 수용소에서 데이터를 조작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헤스 : 조작? 신에게 선택받은 우리 위대한 독일 군인이, 히틀러 장군에게 조작된 정보를 보고한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잘못돼도 한참이 잘못됐어.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고민한다.) 아니다, 차라리 잘 됐어. 이번 기회에 실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좋겠어.      

그레제 : 어떤?     

헤스 : 인간해부.

그레제 : 그건 대외비밀정보이지 않습니까?

헤스 : 그렇지, 하지만 그걸 여기 있는 센들러가 대외비밀정보가 아닌 의료성과로 탈바꿈 시켜 줄거야? 그렇지?


센들러, 대답하지 않는다.


그레제 : 대답해.

헤스 : 됐어, 대답은 이미 정해졌어, 말은 하고 안하고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안하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을테니까. 그리고 쌍둥이 아이들 대상으로 전염병 실험을 중점적으로 다루라고, 그것만큼 좋은 의학적 표본은 없을 테니까. (센들러를 보며) 하나 명심하게 이 모든 실험 데이터는 다 전쟁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레제 : 맞습니다. 전체를 위한 일부의 희생. 장군님의 조국과 세계 평화를 위한 헌신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실 겁니다.

헤스 : 당연하지, 우린 1등 국민이지 않은가.

그레제 : 참, 이건 앞서 진행된 신체이식 연구 엥겔러 대위 보고서입니다.    

헤스 : (서류를 들쳐보며) 으윽, 끔찍하군. 나한테는 텍스트로만 보고 하라고, 내가 비위가 약해서 사진까진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레제 : 알겠습니다.      

헤스 : (센들러에게 건네며) 자, 오늘부터 당신이 할 일이야. 우리가 하는 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체실험이 전 인류의 의학발전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잘 포장하라고. 알겠어? 하하하하      


센들러, 시선을 피한 채 손을 내밀지 않는다.  

헤스, 웃으며 서류를 센들러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린다.     


헤스 : 아, 이거 내 손이 부끄럽구먼. 이 안에 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부정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난 답을 못 찾겠네. (바닥에 서류를 툭 던진다.)    

센들러, 서류를 바라보며 고민한다.


헤스 : (그런 센들러의 반응을 지켜보고는) 그레제, 저 문서 소각하고 다시 준비해와. 똑같은 실험을 하되 인원을 두 배로 늘려, 보다 정교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게, 그래야 센들러양이 우리의 실험 자료를 이해하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겠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레제 : 네, 알겠습니다.

센들러 : 잠 잠깐만요. 저 서류 속 생체실험을 다시 한다는 말인가요? 또 다시 사람을 죽여가면서?

헤스 : 죽인다고? 우린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니까. 아픈 사람이 있어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겠어? 잘 생각해보라고, 무엇이 저 시커먼 굴뚝의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일지?  


센들러, 문서를 주워 두세장 넘겨보다 구역질을 하다 기절한다.      


헤스 : 이런 이런, 거친 말버릇에 비해 비위가 많이 약하구먼. 빨리 적응해야 할 텐데.

그레제 : 걱정 마십시오. 며칠 안에 유태인 사냥 놀이터에서도 글을 쓰게 만들 테니까요.

헤스 : 매번 느끼지만 내가 자네의 상사인 게 정말 다행스러워.     

그레제 : 장군님에게 배운 위대한 조국 독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저의 헌신입니다.

헤스 : (박수를 치며) 대단해, 대단해. 이건 진심이야.        

그레제 : 감사합니다.          

헤스 : (헤스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를 따른다.) 혹시 커피 한 잔 하겠나?    

그레제 : 아니요,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헤스 : 그래?          

그레제 : 포로들이 똥물을 커피라고 상상하며 마신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부턴 커피를 보면 상상이 돼서요.         

헤스 : (거울 앞에서 커피잔을 들고 있는 자신을 보며) 하하, 웃기는군. 그럼 이게 똥물이라는 건가?         

그레제 : 아 아닙니다.          

헤스 : (창밖을 보며) 흥미롭군, 사람들의 비명과 애원에도 꿈쩍도 안 하는 아우슈비츠의 금발의 천사가 그런 소리에 연연하다니.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레제 : 심기를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요?       

헤스 : 아니야, 아니야, 잠깐 상상을 해봤어. (벽에 걸린 십자가를 손으로 만지며) 내가 수용소에 있는 저 사람들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신을 믿을까? 아니면 신에게 버림받은 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레제 : 어쨌든 그들은 감사할 겁니다. 전쟁의 위협 속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헤스 :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레제 : 네.         

헤스 : 그렇구먼. 아, 갑자기 따분해지는데 아까 치던 피아노 연습이나 더 해야겠어. (발로 센들러를 툭툭 치며) 데리고 가. 그리고 이 뱃속의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 잘하고.

그레제 : 그런데 왜 이 여자와 아이에 집착을 하시는지?      

헤스 : 신의 선택이랄까? 비록 더러운 유태인의 피가 섞였지만 천재적인 아빠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저 굴뚝에서 태워 없어지는 아이들과 같다고 생각하나?   

그레제 : (고개를 끄덕이며) 잘 알겠습니다.          

윌름 상사 : (헐레벌떡 뛰어오며) 장 장군님, 물 물 (물컵을 떨어뜨리며 또 넘어진다.) 가져왔습니다.    

헤스 : (크게 한 숨 쉬며) 상사.

윌름 상사 : 네, 장군님.      

헤스 :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건 멍청한 유태인으로 족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헤스 : (윌름 상사 귀에 대고) 1등 국민이 아니 독일 군인으로 살고 싶으면 그에 맞게 행동해, 멍청한 폴란드 돼지새끼 티내지 말고. (제복을 털어주며) 다시는 독일 군인의 자존심을 더럽히지 않는다, 알겠나?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헤스 : 뭐라고?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헤스 : 난 상사의 그 씩씩한 이 목소리가 참 좋아. (센들러 발로 툭툭 치며) 잘 관리해. 그녀가 우리 독일인들의 자긍심과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윌름 상사, 그레제 : 하이 히틀러.         


윌름 상사와 그레제 센들러를 부축해서 나간다.    

무대 밖에서 또다시 행진곡이 들려온다.     

헤스 창밖을 보며 큰 소리로 소리친다.  


헤스 : 움직여라, 너희들의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음하하하.      


제2막          


무대 위에 책상과 책장이 있고 오른쪽 벽면에는 십자가가 왼쪽 벽면에는 거울이 있다.    

위젤과 센들러는 무대 밖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위젤 : 대단해, 정말 대단해.          

센들러 : 아직 보지 마. 부끄럽단 말이야.    

위젤 : 아니야,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 꿈만 같아.    

센들러 : 당신이 너무 좋아하니 나도 행복해.    


위젤, 센들러 무대 안으로 들어오며         


위젤 : (원고를 들고) 근데 맞춤법이 많이 틀렸네.

센들러 : (웃다가 정색하며) 꼭 지금 그걸 얘기해야 해?

위젤 : (어깨를 다독이며) 글은 기록이야, 당신의 글이 생동감 넘치고 읽기 좋지만 맞춤법이 틀린다면 당신의 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거야.

센들러 : 아, 네 알았습니다. 선. 생. 님.   

위젤 : 그래도 확실한 건 당신은 정말 천재라는 거야. (무대를 향해) 이 꽃밭을 봐봐. (오른쪽을 봤다가 다시 왼쪽을 향해) 이 꽃밭을 봐봐. (고개를 갸웃거리고) 아, 꽃밭이 아니고 잡초만 있네. 여하튼 당신이 쓴 글을 보면 우리가 이미 꽃밭에 있는 기분이 든다니까.

센들러 : 정말?         

위젤 : 그래, 당신의 이 축복받은 능력이 (두 손을 잡는다.) 폴란드의 보물이 될 거야.    

센들러 :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위젤 : (센들러의 귀에 대고) 알아. 당연하고 말고.        

센들러 : 뭐야, 이 겸손함도 없는 남자!          

위젤 : (무대 앞으로 나오며) 위대한 스승이 있으니까 제자가 있는 거지. 안 그래?     

센들어 : 아예 예, 그러십니다.     

위젤 : (꽃병에 꽂힌 꽃을 만지며) 참, 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제발 거절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센들러 : (기대하며) 뭐 뭔데? 지금 답해야 하는 거야?        

위젤 : 응.         

센들러 : (심호흡을 하고) 무슨 부탁인데?      

위젤 : (센들러와 등을 지고 상태에서) 그게 그러니까.    

센들러 : 설마? 자 잠깐만.


센들러 거울을 마주 보고 부산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머리를 정돈한다.


위젤 : 이제 뒤돌아봐도 돼?      

센들러 : 응.      


위젤, 가슴에서 봉투를 꺼내 센들러에게 건넨다.    


센들러 : (놀라며) 뭐가 이렇게 커? 설마 집문서?    

위젤 : 집문서? 아니 그것보다 더 대단한 보물이야.   

센들러 : 보물이라고? (봉투에서 물건을 꺼낸다. 원고인 거 보고 실망한다.)    

위젤 : 그럼 보물이지, 내가 지난 10년 동안 쓴 원고니까.     

센들러 : 원 원고?         

위젤 : 내 책의 첫 독자이자 서평을 써주는 작가가 너였으면 좋겠어. 이 책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쓴 책이니까.          

센들러 : (원고로 얼굴에 부채질하며) 아, 진짜 깬다.     

위젤 : 뭐라고? 뭘 깬다고?     

센들러 : 아니 저 꽃병 금이 간 것 같은데 확실히 깨야겠다고. (눈치도 없네라며 독백하듯 투덜투덜거린다.)  

위젤 : 승낙해 주는 거지?      

센들러 : (책상 위에 원고를 툭 하고 던져놓으며) 생각 좀 해볼게, 근데.    

위젤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앞으로 나가며) 지난 폴란드의 역사를 집대성한 이 책에 너의 아름다운 서평이 들어간다면 1차 세계대전의 패배감에 쌓인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선사하게 될 거야. 어때? 감동적이지?         

센들러 :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이해 못한다는 표정으로, 책상에 걸터앉으며) 넌 정말 대단한 작가구나. 너의 생각과 신념이 정말로 대단해. (박수까지 쳐준다.)  

위젤 : (뒤돌아보지 않고) 왜 그래? 부끄럽게.       

센들러 : (한숨을 푹 쉬며) 지금 대답해 줘야 해?    

위젤 : (무대를 바라본 채) 잠깐만, 부탁할게 하나 더 있어.    

센들러 : (심드렁하게) 또 뭐? 이번에 20년 동안 쓴 원고야?   

위젤 :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이 책이 나오는 날, 우리 같이 로마에 갈래?         

센들러 : 로마? 로마는 왜?         

위젤 : (토라진 센들러의 손을 잡으며) 서약을 받고 싶어. 하나님과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센들러 : 뭐야?      

위젤 : 왜 싫어?     

센들러 : 아니 지금 이렇게 뜬금없이 청혼하는 거야?   

위젤 : 흠흠, 이게 청혼이 되는 건가?        

센들러 (손을 뿌리치며) : 다시 해.      

위젤 : 뭘?         

센들러 : 청혼 말이야, 이렇게 갑자기 하는 게 어딨어?       

위젤 : 왜 그래? 센들러.         

센들러 : 아니, 그냥 내가 너무 쉽게 허락하는 것 같잖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청혼인데.

위젤 : 하하하하, 그랬구나. 그럼 오늘은 청혼이 아니라 음... 로마로 가는 데이트 신청으로 할까?         

센들러 : 흥, 그렇다면 내가 해줄 말이 하나 있어.  

위젤 : 뭔데?          

센들러 : 그러니까.         

위젤 : 무슨 말인데 이렇게 뜸을 들일까? (귀엽다는 듯이 센들러의 볼을 잡아당긴다.)

센들러 : 아아 아파      

위젤 : 아우, 귀여워.     

센들러 : (버럭, 거친 목소리로) 아, 아프다고!   

위젤 : 아,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너무 좋아서.

센들러 : (볼을 어루만지며) 꼭 선을 넘어 선을. 흠흠 (목을 가다듬는다.) 나 있자나요 (귀엽게)         

위젤 : 응?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센들러 : 쓰읍, (검지손가락으로 쉿하고 제스쳐를 취한다.)

위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센들러 : (뒤돌아서서) 나 다시 감정 잡는다. 놀라지마. (뒤돌아서서 혀 짧을 목소리로) 나 있쟈나요.     

위젤 : (웃음을 참으며) 으응.     

센들러 : 손 쫌 쭈세요.

위젤 : 손?     


센들러, 위젤의 손을 배로 가져 데려는 순간.    

갑자기 벽면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린다.         


위젤 : 무슨 일이지?     

센들러 : (배를 가리며 움츠린다.) 뭐 뭐야?        

위젤 : (창밖을 보며)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들린다.         


위젤 : 설마?         

센들러 : 왜 무슨 일이야?          

위젤 : 얼마 전에 독일군들이 전쟁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들렸는데.     

센들러 : 정말?         

위젤 : 확실한 건 아니야. 센들러, 넌 꼼짝 말고 책상 아래 숨어있어. 내가 오기 전까지 절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센들러 : 너는?         

위젤 : 잠깐만 나갔다 올게.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겠어. (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온다.) 참, 이 원고 네가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포성, 총성이 더 가까이 들려온다.      


센들러 : 안 가면 안 돼?     

위젤 : 잠깐이면 될 거야. 알잖아, 주인공은 절대 안 죽어.

센들러 : 그 그렇긴 하지, 근데 네가 주인공이 아닐수도.

위젤 : 바보, 나처럼 잘생긴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면 누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겠어?

센들러 : 맞는 말이야, 쳐 맞는 말.

위젤 : 아유, 무서워라. 빨리 갔다올게.

센들러 : 응, 조심해.            


센들러를 보고 방긋 웃으며 위젤 뛰어 나간다.         

센들러, 책을 들고 책상 아래 숨는다.         

밖에서 도망치라는 소리와 총소리, 군인들의 거친 명령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윌름 상사와 군인 2명이 머리에 피를 흘리는 위젤을 끌고 집으로 들어온다.


윌름 상사 : 역사? 평화? 웃기는 소리 (군인들을 뒤따라 오다 문 앞에서 넘어진다.) 하고 있네. 뭘 봐, 어서 찾아.         


군인들 책상과 서재에서 원고를 찾기 시작한다.     


책상 아래 숨어있는 센들러 앞으로 지나가는 군인들 (시간이 멈춘 듯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인다.) 위젤과 센들러 눈이 마주치지만 위젤 찡긋 웃으며 센들러를 안심시킨다.    


군인 1 (방안을 서성인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군인 2 (관객석으로 내려와 주변을 훑어본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젤 : 딱 보면 모르겠어? 너희가 알고 싶은 건 다 내 머릿속에 있다고. 이 멍청이들아.    


군인 1, 2 위협적인 말과 함께 위젤을 때린다.      

윌름 상사, 혀를 차며 뒤돌아보는데 거울이 있다.    


윌름 상사 : 어우 깜짝이야.      


주먹으로 때려 거울을 깨뜨린다.      


위젤 : 너의 실체를 직접 보니 너도 무섭구나.   

윌름 상사 : (위젤을 발로 밀어 넘어뜨리며) 미친놈, 끌고 가.      


군인 1,2 위젤을 끌고 나간다. 뒤따라 나가다 윌름 상사 또 넘어진다.    


윌름 상사 : (앞에 가는 군인들을 보며) 아, 뭘 봐!      


밖의 포성과 총성이 잦아든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잠시 후 문 밖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우리 아빠, 엄마 좀 찾게 도와주세요.


책상 아래 숨어있던 샌들러, 조심스럽게 책상 밖으로 나와 문으로 향한다.         


센들러 : (작은 목소리로) 아이야, 이리 들어와. 여긴 안전해.       


센들러가 문을 열자 군인의 고함소리와 함께 방안의 불이 꺼지고 센들러의 비명소리와 윌름 상사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윌름 상사 : 누가 누구보고 멍청이래, 이 멍청한 쥐새끼들. 하하하하.  



제3막          


홍보 선전실 책상에 앉아있는 센들러.         

배가 많이 불러와있다.         


그레제 : 이번에는 심장 이식에 대한 실험에 대해 쓰도록 해.    


센들러, 타이핑만 칠 뿐 말이 없다.         


그레제 : (거울 앞에 서서) 오늘은 어떤 아이들을 데리고 놀다 죽일까? 폴란드인? 흑인? 소련인? 누가 좋겠어?         

센들러 : 제발, 제발, 제바알!         

그레제 : 아이, 깜짝이야. 이게 미쳤나! (책상에 채찍을 내리친다) 넌 헤스 장군만 아니었으면 벌써 죽은 목숨이야, 센들러. 네 남편처럼 말이야.   

센들러 : (타이핑 치다 일어서서) 뭐라고? 위젤이 죽었어? 죽었냐고?        

그레제 : 아, 이런 말실수를 했군. 아니 아직.          

센들러 : 아직? 그럼 죽이려고 한다는 거야?        

그레제 : 쓸모가 없다면? 식량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센들러, 그레제에게 달려든다.         


그레제 : 손 치워! (센들러를 밀어내며) 날 화나게 하면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니까?      

센들러 :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한 번만 만나게 해 줘, 아니 해주세요. 간수장님, 그럼 하라는 대로 잘할게요. 네? 간수장님.

그레제 : (코웃음 치며) 그깟 유태인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애걸복걸하는 거니?      

센들러 : 사 사랑하니까요.     

그레제 : 사랑? 섹스?      

센들러 : 더럽게 말하지 마! 너 따위가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니까.  

그레제 : 미쳤구나, 네가 하면 순결하고 내가 하면 불결하단 거야?      

센들러 : 그건 너의 양심과 신은 아시겠지.      

그레제 : 헤스 장군께서 도대체 너 따위를 왜 살려두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센들러 책상 위의 펜을 거꾸로 잡고 그레제에게 다시 덤벼든다.     


그레제 : 이게 정말!          


샌들러를 밀어 넘어뜨린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렸는데 헤스가 들어온다.


헤스 : 뭐 하는 거야? 간수장.          

그레제 : 아니, 그게. 센들러가.         

센들러 : (헤스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위젤, 위젤을 만나게 해 주세요. 제발, 더 열심히 독일을 위해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 글을 쓸게요, 제발.         

 헤스 : (센들러를 부축하며) 오, 이런 가여운 센들러. 이제 곧 태어날 아이가 아빠를 보고 실망해서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응? 조금만 참아, 며칠 후면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레제를 표독스럽게 쳐다보며) 마지막 경고야, 넌 그냥 지키기만 해. 내 명령 없이 센들러에게 쓸데없는 행동을 했다가 네 강아지의 밥이 되게 할 테니까, 알겠어!

그레제 : 네, 알겠습니다.    

헤스 : 센들러. 당신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러 왔어. 당신이 쓴 글을 보고 괴벨스 홍보 선전장관께서 친서와 선물을 보내왔더군.     


헤스, 나치 문양이 새겨진 훈장을 센들러의 가슴에 달려고 한다.


센들러 : 장군님, 저는 훈장도 명예도 필요없습니다. 제발 위젤과 함께 살게만 해주세요.

헤스 : 그러려면 더더욱 이 훈장을 당신의 가슴에 달아야지. 1등 국민만일 달 수 있는 이 영광을 말이야.

센들러 : 1등 국민?

헤스 : 그래, 이제 전쟁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고 유럽 전역에서 우리 독일군들의 승리가 매일 아침 내 책상으로 날라오고 있다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

센들러 : 전쟁이 끝나나요?

헤스 : 끝나지, 당연히 끝나고 말고.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독일인과 독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은 모두 1등 국민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거야, 바로 네 뱃속의 아이도 말이야.

센들러 : 그럼 위젤도?

헤스 :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가 신념을 버리고 돌아선다면 내 기꺼이 힘을 써보지, 유태인이라는 굴레를 벗기긴 힘들겠지만. 어때? 이 훈장 거부하겠나?


센들러, 말없이 훈장을 자신의 가슴에 단다.


헤스 : 이제 진짜 독일사람 다 되었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글을 쓰는 독일작가 말이야.

그레제 : 네, 맞습니다.      

헤스 : 센들러, 당신은 정말 복 받은 줄 알아. 이제 당신은 독일이 인정한 선전홍보담당자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센들러 : 이게 정말 맞는 건가요?

헤스 : 당연하지,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순리에 맞게 행동하게 되어있으니까. 그래서 난 독일 군인으로서 당신은 독일을 위한 협력자로서 함께하는 기회를 얻은거지.


센들러, 고개를 떨군다.


헤스 : 간수장, 오늘 하루만큼은 센들러를 푹 쉬게 하고 자네도 오늘 하루 만큼은 신나게 놀다와, 그 동안 고생 많았어.


그레제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나가려는데, 윌름 상사, 허겁지겁 뛰어 들어온다.

넘어지려 하다 간신히 중심을 잡는다.         


헤스 : 크흐, 저 멍청이. 무슨 일이야?

윌름 상사 : 장군님, 장군님. 큰일 났습니다.

헤스 : 뭔데 그래?

윌름 상사 : 그게.


윌름 상사, 헤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헤스 : 뭐라고? 기계에 사람이 끼었다고.       

윌름 상사 : 네.     

헤스 : 뭐가 문제야, 그냥 돌려. 사람 하나 죽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들도 결국 기계의 일부일 뿐인데.    

윌름 상사 : (센들러 눈치를 보며) 근데 그 사람이 위젤입니다.      

헤스 : 위젤? 위젤 작가?      

윌름 상사 : 네, 물건을 옮기다가 옷이 말려들어가는 바람에.

헤스 : 그 사람이 거길 왜 있어?

윌름 상사 : 자꾸 포로들을 선동하는 말과 글을 써서 본보기로.

헤스 : 아이, 이 멍청한 상사님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이마를 만진다.)  본보기라는 것은 상황에 맞게, 사람에 맞게 해야지. 아휴.   

센들러 : 뭐라고요? 위젤이라고요? 장군님, 장군님,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시키는 대로 모든지 다할게요.         

헤스 : 당연히 모든 걸 다하는 건 맞는데... 지금 같이 바쁠 때 기계를 멈추면 우리로선 큰 손실인데. 그레제 당신 생각은 어때?     

그레제 : 수백만명 중의 유태인일뿐입니다. 기계 돌리시죠.  

센들러 : (그레제와 헤스를 번갈아가며)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헤스 : (비열한 미소 지으며) 전장에서 싸우는 백명의 목숨이냐? 반란을 꾀하던 잡부의 목숨이냐?          

윌름 상사 : 어떻게 할까요?       

헤스 : (센들러를 일으켜 세우며) 센들러, 네가 말하는 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백 명? 한 명?     

센들러 : 몰라요, 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제발 위젤, 위젤만 살려주세요.  

헤스 : (그레제와 윌름을 둘러보며) 큭큭큭, 봐봐. 사람은 다 이렇게 이기적이라니까. 신념? 정의? 그런 거 없어, 자기중심적인 선택이 부끄러우니까 가면을 쓰고 아닌 척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안 그래?          

센들러 : 장군님, 제발. 절 조롱해도 되고 무시해도 되니까 어서 빨리 위젤을 살려주세요, 장군님.        

헤스 : 에휴, 난 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낸다.) 센들러, 이 동전에 운명을 맡겨. 얼굴이 나오면 살고, 뒷면이 나오면 죽는다. 날 원망하진 말라고, 이건 다 신의 뜻이니까.      


동전을 핑그르르 던진다.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고 헤스가 발로 밟는다.    


헤스 : 상사, 지금 당장 내려가서 기계를 멈춰. 그리고 꼭 그를 살리도록 하게.    

센들러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헤스 : 아, 그리고 잠깐 (윌름 상사에게 귓속말을 한다.)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암전 후 무대 앞에 쓰러져 있는 위젤, 그리고 그레제의 부축을 받고 온 센들러.    

위젤을 보자 위젤을 품에 앉는다.          


센들러 : 여보, 여보.          

위젤 : 센들러? 잘 지내지? 으윽         

센들러 : 아무 말하지 말아요, 위생병, 위생병 좀 불러줘요. 간수장님.

위젤 : (애써 웃으며) 안 본 사이에 허억허억 더 예뻐진 것 같네. 허억허억. 내가 준 원고 서평은 다 쓴 거야?          

센들러 : 어, 썼어, 그러니까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위젤 : (피를 토하며) 뭐라고 썼는지 정말 궁금하네. 허억허억   

센들러 : (위젤의 손을 배에 가져다 대며) 우리 아이예요, 여보.  

위젤 : 이런, 내가 정말 몹쓸 모습으로 인사하게 됐군. 쿨럭     

센들러 : 여보, 여보.     

위젤 : 우리 아이 이 이름은 뭐 뭐.         

센들러 : 여보, 정신 차려, 여보 안돼, 안돼! 위생병! 위생병!  


윌름 상사와 군인 1 뛰어나와 위젤의 상태를 체크한다.     

군인 1, 위젤의 상처와 심장 맥박을 체크하곤 고개를 가로젓는다.  


윌름 상사 : 어, 전에 과다출혈로 쇼크사가 온다더니 정말이네, 신기하다.

그레제 : 우리 생체실험 데이터는 거짓이 없습니다. 상사님.


윌름 상사, 고개를 끄덕이곤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위젤을 향해 쏜다.


센들러 : 아악, 안돼, 안돼!         


그레제, 윌름에게 덤벼드는 센들러를 잡고 센들러는 발악한다.   


센들러 : 왜? 왜? 왜!          

윌름 상사 : (위젤 배 위에 동전을 던지고는) 헤스 장군님의 마지막 배려다. 끌고 가.     


군인 1, 울부짖는 센들러를 끌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그레제 : (위젤 배 위의 동전을 들어보이며) 뭐야? 양면이 다 뒷면이잖아. 역시 헤스장군님은 대단해.

위젤 무대 한가운데에 죽은 채 무대 조명이 꺼지고 센들러의 비명 소리와 “우리 아기 안돼.”라는 절규가 들린다.              


제4막               


사무실에 히틀러 사진과 나치 액자가 삐뚤어져 있다.               


센들러 : 자유와 평화, 자유와 평화. 오직 승리뿐이다. 오직 승리뿐이다.     

헤스 : 센들러, 이제 그만해.      

센들러 : 전쟁 승리, 세계평화, 전쟁 승리, 세계평화.         

헤스 : 그만하라고.        

그레제 : 장군님, 큰일 났습니다. 1,2 수용소 내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헤스 : 폭동?         

그레제 : 투항한 소련 군인들 일부가 총기를 지니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헤스 : 미쳤군, 어떻게 그런 일이?     

그레제 : 조국을 배신한 자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헤스 : 죽여, 아군이든 적군이든 수용소 내 가둬 놓고 모두 다 죽여버려!  

그레제 : 네, 알겠습니다.      


윌름 상사 : 장군님, 장군님! (문앞에서 또 넘어진다.)     

헤스 : 이 멍청한 새끼, 또 무슨 일이야!     

윌름 상사 : 죄, 죄송합니다. 러시아가 러시아가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연합군도 이곳으로 총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헤스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서부전선에 이상이 없다고 여기 쓰여 있는데.

윌름 상사 : 장군님, 그게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수 키로 내에 적군이 진입했다는.

헤스 : (신문을 구겨 던진다.) 이런 젠장! 나까지 속이는 지경이 됐단 말인가?


센들러 : 자유와 평화, 오직 승리뿐이다.          

헤스 : 시끄러워, 센들러!         

윌름 상사 : 장군님,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헤스 : 이런 빌어먹을, 내가 이런 수모를 겪을 줄이야.       

센들러 : 하하하하, 평화가 오긴 오는군.            

헤스 : 뭐?              


밖에서 포성과 총성이 들려온다.      


센들러 : 이젠 다 끝났어, 모두 다 끝났다고.

 헤스 : 아니, 넌 끝났을지 몰라도 난 아직 안 끝났어. 안 끝났다고.  


포성과 총성, 비명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윌름 상사 : 장군, 시간이 없습니다.         

헤스 : 우린 진 게 아니야, 잠깐 기회를 엿볼 뿐이지.

센들러 : 기회? 신의 선택이고 네 운명이겠지.     

헤스 : 푸하하하, 넌 글 쓰는 재주도 좋지만 농담도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윌름 상사 : 장군님, 서둘러야 합니다.      

헤스 : 상사, 지금 대화중이잖나. 왜 너도 불안해? 그렇게 쉽게 여기가 무너질 것 같아?      

윌름 상사, 선뜩 대답을 하지 못한다.      


헤스 : 멍청한 녀석.


밖에서 총성과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센들러 : (신문을 집어 들고는) 독일군은 유럽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미국도 독일군의 세계 통일에 동참…….         

헤스 : 상사, 지금 당장 모든 병력에게 모든 기계와 자료 불태우도록 명령해.        

윌름 상사 : 포로들은 어떻게 할까요?         

헤스 : 당연히 다 죽여야지, 한 놈도 빠짐없이.         

윌름 상사 : 네 알겠습니다. (나가면서 또 넘어진다. 뒤돌아 헤스 장군을 쳐다본다.)


헤스, 총을 꺼내 상사를 쏜다.     


헤스 : 멍청한 자식 (총구로 자신의 머리를 긁는다.) 아무리 군복을 입혀놔도 우월한 독일군인이 될 수 없는 운명이군. 안그래, 센들러?     

센들러 : 미쳤어, 당신은 정말 미친 사람이야!     

헤스 : 이제 미쳤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리는데, 하하하하.    

센들러, 나치 문양 밑에 있는 칼자루에서 칼을 꺼내 헤스에게 달려든다.     

헤스 놀라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만 곧바로 센들러 위로 올라앉는다.    


헤스 : 센들러, 넌 아직도 모르겠어? (벽면에 있는 십자가를 총을 든 손으로 가리킨다.) 네가 믿는 저 신의 선택을 말이야.          

센들러 : 죽는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헤스 : 맞아, 죽지. 쟤처럼 개죽음을 당하든 아니면 나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기든.  

센들러 : 이름? 역사? 과연 그럴까? 하하하하.         

헤스 : 웃지 마. 웃지 말란 말이다.             


헤스, 총을 센들러 머리에 겨눈다.              


센들러 : 전쟁은 끝났고 평화는 찾아온다.       

헤스 : 잘 가라, 이 세상에 다신 없을 더러운 위선자여.     


비행기 폭격 소리와 러시아 군인들의 함성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총성이 들려온다.   


제5막               


검사 : 피고인 당신은 아우슈비츠의 소장이 맞습니까?       

헤스 : 맞습니다.         

검사 : 당신 손에 죽은 유대인들이 정말 죽어 마땅했다고 생각합니까?         

헤스 : 그건 제가 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검사 : 그렇다면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총인원이 35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게 맞습니까? 헤스 : 아닙니다. 질병과 아사 등 자연사가 많았으며 말씀하신 그 인원을 증명할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사 : 좋습니다. 당신이 죽인 사람이 350만 명이든 1명이든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가스실에서 잔인하게 죽였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따라서 저는 반 인륜 범죄를 행한 전범으로서 살인 혐의를 적용, 사형 선도를 구형합니다.          

판사 : 피고인, 이의 있습니까?         

헤스 : 저는 저의 안녕을 위해 행한 것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른 게 죄가 된다면 그 어떤 군인이 나라의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검사 : 헤스, 정말 마지막까지 치졸하군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헤스는 아우슈비츠가 점령 전 자신들의 가족을 은신시킨 후 영군군의 군복으로 환복 한 후 도망 나와 정원사로 생활하다 붙잡힌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나라의 명령과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판사 : 인정합니다. 피고인 헤스에 대한 더 이상의 답변은 듣지 않고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피고인 헤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으로서 수많은 인명을 살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동시에 반인륜적인 생체실험 등을 묵인, 방조한 혐의 등을 참작하여 아우슈비츠 교수대에서 사형을 취할 것을 명합니다.         

헤스 : 아니야, 아니야. 난 아무런 죄가 없어. 난 신의 뜻을 따라 내 운명을 맡기고 행했을 뿐이라고. 아니야, 아니라고. 난 가톨릭 신자란 말이야.          

판사 : 이것으로 재판을 종결합니다.          

헤스 : 이건 조작이야, 거짓말이라고.  


무대가 천막으로 가려지고 박수를 치며 박사가 무대 앞으로 나온다.  


박사 : 연극 잘 보셨나요? 이 작품은 폴란드에서 역사에 대한 교육을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펼쳐지는 공연이에요. 원래는 두 시간 가까이하는 공연인데 시간 제약상 짧게 보여드렸는데 이해는 되셨나요?     

학생들 : 네.      

박사 : 남은 뒷이야기가 또 재미있어요. 재판 이후 헤스는 죽기 직전에서야 자신이 가진 이념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고해성사를 하였고 아우슈비츠의 특설 사형집행대에서 마지막 사형수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그의 손자였던 루돌프 헤스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나치주의자가 되어 강연을 다니며 사죄하였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아 그리고 센들러 양은 다행스럽게도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어 아우슈비츠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자신의 남편인 위젤이 부탁한 원고와 자신이 쓴 서평을 연합군에 전달하였습니다.     

 그 서평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부착되어 많은 사람들에 다시 한번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데 그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그걸 다시 겪게 된다.”      


박사 : 오늘 여러분들에게 역사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게 모두 진실일까요?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또 공연 속 거울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지 궁금하네요. 거기 학생, 이제 다 끝났어요, 일어나세요. 하하.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부디 이 역사의 거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길 바라면서 역사 특강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 불 꺼지고 배우와 스텝들 간의 수고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후 무대에 불이 켜진다.     


박사, 무대 위 서가에서 와인을 꺼내 잔에 따른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거울로 다가간다.

성호를 긋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안쪽에 일본군 장교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고 무대 뒤편에서 헤스가 슈베르트의 마왕을 치며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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