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글적긁적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봄이었다.
언 땅이 녹기도 전부터
삽을 들고 땅을 갈고
초록 잎사귀 돋아날 때부터
해가 뜨기 전에 하루를 시작하셨으니까.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여름이었다.
해가 길어진 만큼
시계의 숫자가 무색할 만큼
빨간 노을이 질 때까지
일만 하고 또 일만 하셨다.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가을이었다.
오래된 나무에 거름을 줄 필요 없다 하며
자식들, 손자 손녀에게
맛있는 양식을 자꾸 건네주신다.
겨울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내가 아빠가 되어서일까.
오늘도 아버지는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처럼
내 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