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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Nov 30. 2019

아버지의 겨울

집에서 글적긁적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봄이었다.

언 땅이 녹기도 전부터

삽을 들고 땅을 갈고

초록 잎사귀 돋아날 때부터

해가 뜨기 전에 하루를 시작하셨으니까.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여름이었다.

해가 길어진 만큼

시계의 숫자가 무색할 만큼

빨간 노을이 질 때까지

일만 하고 또 일만 하셨다.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가을이었다.

오래된 나무에 거름을 줄 필요 없다 하며

자식들, 손자 손녀에게

맛있는 양식을 자꾸 건네주신다.


겨울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내가 아빠가 되어서일까.


오늘도 아버지는

봄처럼, 여름처럼, 가을처럼

내 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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