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는 참 어렵다.
내가 아는 것을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다.
나보다 전문가인가?
나보다 연륜이 깊은가?
나보다 경험이 많은가?
이 세 가지를 고려하지 못할 땐 말실수를 하게 된다.
어제가 그랬다.
회사 창고 부지를 구입하러 가서 검토사항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가격 조건의 협상이 벌어졌다.
내 딴에는 협상에 도움을 주고자 구입 예정지인 토지의 지번과 가격을 오픈했다.
그 결과 사장님과 이사님이 제시한 가격대보다 높은 가격에 대한 협의가 들어왔다.
사장님은 아쉽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며 추후에는 항상 듣는 걸 먼저 하고 자신의 패는 계산된 상황에서만 오픈해야 한다고 하셨다.
큰 실투였다.
퇴근 후 거래처 사장님들과 또 한 번의 저녁 자리가 있었다.
일하시는 고충도 듣고 또 비전도 듣고 제안도 들었다.
술김에 자칫 좋은 조건이라 하여 답을 드릴 뻔했으나 다행히 안주가 나오는 바람에 대화의 주제가 넘어갔다.
한 번은 의도적으로 말을 했고
한 번은 생각지도 못하게 말을 못 했다.
그리고 둘 다 듣긴 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생각과 전략과 협의의 과정을.
사업가는 돈을 좇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일을 하고 사업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성취한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들은 점잖게 하지만 치혈하게 전투를 펼쳤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차로 이동하는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그 모든 자리가 정리된 후에 대화의 소회를 듣고 나니 말 한마디에 참으로 고려할 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설픈 말 한마디를 하느니 듣는 게 낫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