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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Dec 14. 2021

CCTV, 나를 보다.

사무실에서 분실사고가 났다.


물건은 며칠 전에 출고되었지만 손님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과 고객의 언쟁은 격화되었고 사장님이 중재에 나섰다.


퀵비도 부품도 다 대리점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된 후 CCTV를 돌려보았다.


부품은 제대로 나갔다. 


하지만 없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


다시 보내는 수밖에.



시작은 분실물을 찾기 위해 보았는데 점점 내 모습에 눈이 갔다.


뭐가 그리 이상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고 무슨 일을 하길래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쉬지 않고 움직일까?


그러다 문득 가만히 있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이제 영상 속의 나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의 나였는데 말이다. 



전화를 받고 도면을 찾아서 부품을 준다.


아주 심플한 직업이다. 


고객의 짜증과 신경질 또는 본사의 말도 안 되는 해명과 정책에 한 숨도 나오지만 그건 CCTV에 잡히지 않는다.


그냥 전화를 받고 도면을 찾고 부품을 찾아서 건네주는 모습만 나온다.


그게 내 하루였고 지난 몇 년 동안의 나였다.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전화 한 통이 왔다.


아까 오전에 그 고객이다.


물건을 찾았다고 했다.


사과는 없었고 넉살 한 마디와 나중에 가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부장님은 입을 삐죽거릴 뿐 별말씀은 안 하셨고 사장님은 수고했다는 말로 업무의 종료를 알렸다. 


수고했다. 


부장님도 수고하셨고 나도 수고했다.


그렇게 CCTV 속의 나는 사무실의 컴퓨터를 모두 끄고 CCTV에 내 뒷모습만 남겨둔 채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에서의 나의 하루는 끝났다.


이제 CCTV 밖의 세상에서 남은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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