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적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부자 May 15. 2022

부케

요즘엔 글을 쓰는 게 참 어려워졌다.


나란 캐릭터가 좀체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내가 요즘은 어떤 사람인지 갈피가 안 잡힌다.  



사업 영업을 위해 술 한잔에도 얼굴이 빨개지지만 얼굴이 하얘질 때까지 술자리를 지키는 나부터 


단가 협상을 위해 밤새 고민하며 전화 울렁증에도 먼저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는 나


화목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이고 싶지만 아내의 돈돈 거림에 앞뒤 없이 신경질부터 내는 나


글을 쓰겠다고 나에게 공언하고 공언에 지치는 몽상가인 나.  


선한 콤플렉스에 심취한 나.


다양한 나로 인해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아니 내가 나를 더 조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부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을 위해. 



최근에는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어색할 정도로 집에 일찍 가는 게 낯설다.


어차피 내게 주어진 저녁 식사는 없고 피곤에 지친 아내와 날 기다리는 아이들만 있다.


배가 고픈데, 힘이 드는데 나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


나 조차도 나를 못 챙기겠다.


그래서 원망 거리를 찾고 나를 채찍질하며 잠에 든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부케,


긍정적인 나와 염세주의적인 나, 그리고 나를 규정할 수 없는 나까지.


글에 검열이 심해지듯 나란 사람에 대한 검열의 허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나, 지금까지 만나왔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교집합."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부케 생성중. 


내일은 누구를 만나고 누구에게 어떤 모습의 내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조금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흘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